최근 국내 대기업 중 신입연봉이 가장 높은 기업이 어디냐는 기사가 관심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대기업들의 ‘성과급 잔치’ 뉴스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붙들어 맨다. 그 성과급이라는 게 웬만한 자영업자들의 연간 소득과 맞먹는다. 이 모든 뉴스 속에는 ‘삶의 잣대가 이제 돈’이 돼 버렸다는 평범한 사실을 일깨워 준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문화는 그대로 교실에서 전해진다. “너네 아버지 뭐 하시니?”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너네 아버지 얼마 벌어?”라는 질문이 나오는 현실이다. 그곳에서 비롯되는 상대적 박탈감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돈’을 위해 자신을 투신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젊음을 내던지는 현실이다. 자신의 가슴 속에 뭉쳐 있는 꿈과 희망은 ‘돈과 스펙’ 앞에 설 자리가 부족하다. 아름다운 사회를 고민하고, 함께 사는 공동체를 그리기에는 지금의 현실은 너무 척박하고, 모질다.

서울시장이 된 박원순 작가의 <세상을 바꾸는 천 개의 직업>은 이런 모진 현실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아름다운 가게>와 <희망제작소> 등을 통해 직접 체험하고 깨닫고, 발굴한 그만의 직업관에 대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밥만 벌지 말고 희망을 벌어라”

척박하고 모진 현실을 생각한다면 ‘밥만 벌지 말라’는 소리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미 대한민국은 ‘1%를 위한 나라’가 돼 버렸고, 그것이 고착화되고 있다. 빈부 격차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욱 커져가고, 대물림되는 가난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일 지경이다.

‘변호사의 아들이 변호사가 되고 노동자의 아들이 노동자가 되는’ 현실에서 “밥만 벌지 마!”라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몇이나 될까.

그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희망을 벌어라”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밥만 벌지 말고 희망을 벌어라’는 박원순 작가의 말 속에는 따라서 세상을 쳐다보는 ‘다른 시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밥만 벌다’는 말 속에는 경쟁 사회에서 누군가를 짓밟고-의도됐든 그렇지 않든-일어설 수밖에 없다. ‘적자생존의 세계’를 말한다. 남보다 앞서기 위해 스펙을 쌓고, 남보다 더 좋은 조건을 얻기 위해 자신을 투자하는 셈이다. 공동체나 함께 살고자 하는 시각은 여기에 설 자리가 없다.

‘희망을 벌다’는 그래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박원순 작가는 “사람이 좋아! 너와 내가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직업 BEST 10”이라는 말을 할 수가 있다. ‘너와 내가 살맛나는 세상’을 만든다는 것은 함께 이 사회를 가꾸고자 하는 마음이며 공동체를 지향하는 새로운 시각이다. ‘함께 공동체를 지향하는 시각’이 사실은 자연스러운 시각인데 척박하고 모진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세상을 바꿀 새로운 전문가의 시대

박원순 작가는 책을 통해 새로운 직업관을 선보이고 있다.

환경을 사랑하는 푸른 청춘이라면 ‘녹색 전문가’를 추천했다. 한국 사회는 ‘부수고 삽질하고 그곳에 건물을 세우는’ 개발 성장이었고 그것이 하나의 공식이 성립됐다. 그러나 그동안 부수고 삽질하는 사이 자연 환경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것을 복원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쯤은 상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을 보존하고 지키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성장일 수 있다는 시각을 강조한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시대에 성큼 다가선 지금, 소통의 도구가 바뀌고 있다. 사람과 소통을 가장 우선시하는 사람이라면 ‘네트워크 전문가’를 꿈꾸라고 박원순 작가는 강조한다. 또 ‘일상이 예술이고 놀이가 된 유쾌한 당신이라면-문화예술 전문가’ ‘몸은 인생의 집, 몸 생각하는 당신이라면-건강 전문가’ 등을 추천했다.

박원순 작가는 특히 누구도 생각하지 않고, 누구도 가지 않겠다고 하는 ‘틈새시장’에 대한 도전을 강하게 요구한다. 농촌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는 “흙처럼 농부처럼 순박하고 자연스러운 당신이라면 농촌‧농업 전문가가 되는 것도 좋다”고 주문했고 , 비영리ㆍ비정부기관의 정직한 힘을 믿는다면 NGO 전문가로 자신을 위치시켜 보는 것도 좋다”고 추천했다.

<세상을 바꾸는 천 개의 직업>은 지금까지 공식화된 직업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직업을 소개하고 있다. 가슴 벅찬 직업을 갖는 것은 ‘연봉이 세고, 연말이면 성과급 잔치’하는 그곳에 있지 않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웃을 수 있고, 그곳에서 촉매된 웃음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가슴 벅찬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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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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