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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22 오픈마켓의 꼼수는 계속된다

‘돈과 돈이 오가는 관계 속에 소비자는 없었다.’

G마켓, 옥션, 11번가 등 국내 오픈마켓을 두고 드는 첫 번째 생각이다.

‘우리는 책임 없다.’

11번가, 옥션, G마켓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두 번째 생각이다.

오늘 마감을 하면서 오전에 ‘편집장 칼럼’을 마무리했다. 제목으로 ‘오픈마켓의 꼼수’를 삼았다. 어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오픈마켓의 팝업광고로 개인정보가 임의로 수집되고 보험 회사에 제공돼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보도 자료가 있었다.


간단한 시스템, 심각한 정보유출

사건은 간단하다. 오픈마켓을 이용하면 중간 중간 ‘팝업광고’가 뜬다. ‘마감 임박! 2월17일 쿠폰을 받아가세요.’ ‘오늘의 3만원 할인 쿠폰 받으세요!’ 등. 쿠폰을 받기 위해서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써야 한다.

이 팝업광고를 한 곳은 마케팅 전문업체인 'Y커뮤니케이션즈(이하 Y)'라는 업체이다. 즉 ‘Y’라는 업체가 오픈마켓과 제휴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없어 보인다. 제휴 마케팅이야 어떤 업체들이든 할 수 있으니.

문제는 이제부터, 그리고 복잡하고 충격적이다. 지금부터 돈의 흐름을 좇아보자. 돈의 흐름을 알게 되면 왜 이들 업체들이 문제인지 금방 드러난다.

우선 G마켓과 옥션, 11번가는 마케팅업체인 ‘Y’와 제휴를 맺는다. 오픈마켓이 가지고 있는 회원들에 팝업광고를 하는 대신 ‘Y’로부터 연간 광고료를 받았다. 오픈마켓의 한 업체 관계자는 “연간 광고료를 받는데 정확한 액수는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Y’가 오픈마켓에 연간광고료를 지불했으니 이제 ‘Y’는 정말 열심히(?) 광고를 통해 오픈마켓 회원정보를 획득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쿠폰 광고’이다. 회원들을 교묘히 속여 자신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치게끔 만드는.

‘Y’가 오픈마켓이 연간 광고료를 지불했으니 ‘Y’는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해서 ‘Y’는 팝업광고를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넘겼다. 건당 1천~2천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Y’는 어느 정도의 돈을 벌었을까.

공정위 자료를 참고해 보면 추측이 가능하다.

공정위는 2009년에서 2011년까지 두 개의 보험회사에 이런 팝업광고를 통해 1천33만 명의 개인정보가 넘어갔다고 밝혔다. 건당 1천원이라고 친다면 ‘1000X1천330만=133억’이라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3년에 걸친 것이니까 연간 44억 원을 번 셈이다.

그렇다면 발행된 쿠폰은 과연 얼마나 쓰였을까. 이 또한 공정위 자료를 들춰보자.

2011년 한 해 동안 사용된 쿠폰은 A사의 경우 ▲3만원 ▲ 1만원 ▲ 5천원 ▲ 3천원 ▲ 1천원이었다. 그런데 이중 3만 원권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고 ▲1만원이 16개(16만원) ▲5천원이 983개(491만원) ▲3천원 7건(2만1천원) ▲1천원 397건(39만원)이다.

B사의 경우 ▲3만원 1건(3만원) ▲1만원 275건(275만원) ▲5천원 6천13건(3천6만원) ▲3천원 3천915건(1천174만원) ▲1천원 1천299건(129만원)

C사의 경우 ▲3만원 5건(15만원) ▲1만원 94건(94만원) ▲5천원 29건(14만원) ▲3천원 129건(38만원) ▲1천원 4천611건(461만원)으로 나타났다.

A, B, C사(쿠폰 사용량을 보면 대충 A, B, C사가 구체적으로 어느 오픈마켓을 의미하는지 넌지시 가늠이 되지 않은가)의 2011년 쿠폰 사용량을 전부 합쳐 보면 5천757만원에 그친다. 즉 연간 44억 원을 벌어 오픈마켓에 연간광고료 주고(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음), 소비자들이 사용한 쿠폰사용액 5천757만원을 상계하면 과연 얼마나 남을까.

공정위는 이 같은 통계수치를 제시하면서 “실제로 사용된 쿠폰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1천33만 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수집되고 보험회사에 넘겨지는 동안 소비자가 받은 쿠폰은 쓰이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해 내 개인정보가 넘어가는 대가로 받은 쿠폰은 무용지물이었다.

왜?

까다로운 조건 때문이었다. 특정 품목에 한정되는가 하면, 중복 사용이 불가능하고, 특정 시기에 특정 액수를 넘는 물건을 사야지만 쿠폰 사용이 가능한, 웬만한 머리가 뛰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사용하는지 조차 모를 정도의 조건이 붙어 있었다.

오픈마켓, 역시 이번에도 ‘우리는 책임 없다!?’

한 오픈마켓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봤다. 대답은 간단하다. “Y와 제휴를 체결하고 연간 광고료를 받았고 우리 회사 로고를 쓰지 말라고 했는데 사용했다”는 말. 간단히 말해 ‘우리는 책임 없다’는 것.

그러나 과연 그럴까. 연간 광고료를 받았고, 제휴할 때 어떤 제휴인지 명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마당에 이제 문제가 되니까 슬쩍 발을 빼면서 ‘Y’에 문의해 보라는 말뿐이다. 쿠폰 사용처가 까다로운 조건이 붙은 만큼 이 또한 오픈마켓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오픈마켓의 꼼수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에는 판매자들에게 예고도 없이 수수료율을 높이는가 하면, 경쟁사 판매자들을 부당한 방법으로 뺏어오거나, 또 누적판매순위를 조작해 주는 대가로 판매자로부터 돈을 받아 챙기는 ‘열심과 열정(?)’을 보였다.

이 또한 공정위에 적발돼 과태료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오픈마켓의 꼼수는 끝나지 않고 있다.

왜?

그 대답 또한 간단하다. 과태료를 내는 것에 비해 불법과 편법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소비자 개개인의 선택의 몫이다. 다만 나는 ‘편집장 칼럼’을 마치고 이번 주말에 재래시장을 가볼 작정이다. 한동안 오픈마켓에서 나 또한 상품을 많이 구매했는데, 이제 발을 끊는 것이 좋겠다 싶다. 특히 옷과 신발 등을 몇 번 구입했지만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변형되거나 불량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물론 재래시장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이것저것 몇 시간동안 비교해서 산 물건이 제대로 된 상품도 아니고, 또 회원들의 개인정보에 대해 이렇게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오픈마켓 업체를 이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컴퓨터에 사기당한 느낌이랄까.

재래시장은 그래도 사람을 만나지 않은가. 재래시장이라고 손님을 속이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컴퓨터에 사기당하는 것보다는 사람냄새 나는 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당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또 재래시장에는 아직 우리네 정(情)이 묻어난다.

주말이 기다려진다. 컴퓨터를 끄고 사람냄새 나는 그곳에서 ‘불량 식품’도 사먹고 맘껏 불량해 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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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