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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14 열기구 모험가의 마지막 비행…<최후의 모험가>

2008년 1월31일 오전 5시18분. 일본의 한 공립 고등학교 운동장. 높이 50미터, 최대 직경 45미터의 열기구가 하늘을 향해 떠올랐다. 열기구의 바스켓 안에는 노랑과 핑크색 털옷을 입은 모험가이자 탐험가인 '간다 미치오'가 타고 있었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열기구는 급상승하면서 바스켓이 가물가물 하늘 위로 사라졌다. 간다 미치오가 열기구를 타고 일본에서 미국까지 태평양 횡단에 도전하는 순간이었다. 한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는 그에게 이번은 두 번째 도전이었다.

2008년 2월1일 오전 3시00분.

"비가 내리고 있다. 미국 영해에 들어왔다. 이제부터 상승해 날 수 있는 만큼 가겠다."

이것이 마지막 보고였다.

이후 간다 미치오와 열기구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미국 경비대가  마지막으로 수신된 GPS 신호를 중심으로 일대를 샅샅이 수색했지만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열기구가 떠올랐던 일본 공립 고등학교에서 4천300km를 날아 태평양 상공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직까지 간다 미치오와 열기구는 발견되지 않았고 여전히 그는 실종상태이다.

"반드시 성공한다면 모험이 아니다."

평범한 공무원이었던 간다 미치오는 열기구에 푹 빠져 있던 아무추어 모험가였다. 그는 직장생활을 같이 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쪼개 열기구에 대한 집착, 모험과 탐험에 대한 사랑을 나타냈다. 그에게 열기구는 삶 자체였으며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가는 수단이자 소통이었다.

그는 모험에 나서기에 앞서 언제나 "반드시 성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건 모험이 아니야. 하지만 성공한다는 확신이 없다면 출발하지 않아."라고 말했다.

간다는 마지막 모험이자 탐험이었던 태평양 횡단 전에 열기구로 수많은 모험에 성공했던 사람이었다. 1979년 후지산을 시작으로 ▲1980년 일본 최초의 북알프스 넘기 비행 ▲1983년 일본 최초의 혼슈 횡단 비행 ▲1984년에는 총 419km를 비행해 열기구 장거리 비행 세계기록을 갱신했다. 또 1988년에는 열기구로 최고 비행고도 1만2천910m를 기록해 세계 기구 계에 이름을 올렸다.

최고 비행고도 기록을 세우고 난 뒤 간다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고도기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버너를 계속 켜 놓아야 했기 때문에 구피 내부 온도가 매우 높아졌어요. 기구가 1만2천910m에 달하자 더 이상의 비행은 위험하다고 판단해, 곧바로 하강을 했는데, 그때 속도는 초속 7m에 달했습니다."

열기구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사람이 탈 수 있는 바스켓‧곤돌라, 상승과 하강을 조절하는 버너, 뜨거운 공기를 가득 품고 있는 초대형 풍선의 구피. 버너를 켜서 공기를 데우고 버너를 꺼서 공기를 식히는 반복 절차를 통해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식으로 비행한다.

"바람과 하나가 되어 바람이 된다"

<최후의 모험가>는 부제로 '모험이 사라진 시대, 최후의 사나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모험이 사라진 시대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지구촌 곳곳에 인간이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지금 지구는 완전 발가벗겨 졌다. 온갖 모험과 탐험이라는 타이틀로 업체들이 스폰서하면서 모험과 탐험은 상업적 굴레를 덮어쓰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모험의 시대'는 끝났다고 보는 게 맞다. <최후의 모험가> 저자인 아시카와 나오키는 간다 미치오와 함께 첫 번째 태평양 횡단 비행에 부조종사로 참여한 사람이다. 횡단 중간에 열기구가 바다에 추락해 구사일생으로 근처를 지나던 컨테이너선에 구조됐지만 누구보다 간다 미치오를 잘 아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이시카와는 "확실히 성공하리라는 것을 알고 행하는 것은 모험이 아니고, 미리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탐험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21세기에는 '확실히 성공하고' ,'미리 알고 떠나는' 모험과 탐험이 얼마나 많은가. 이러한 모험과 탐험에는 상업적 이익이 함께 묻어 있으니 '모험이 사라진 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최후의 모험가>는 간다 미치오의 열기구에 대한 사랑, 그의 끝없는 도전과 열정을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간다 미치오를 통해 이 시대 모험과 탐험이 주는 의미를 되짚어본다.

열기구를 조정하는 데 최첨단 기구가 즐비하고, 더 좋은 도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좋은 열기구 조정의 방법은 "바람과 하나가 되어 바람이 된다"는 것이다.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하나가 될 때 모험과 탐험은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최후의 모험가>는 모험과 탐험이 던져주는 도락(道樂)의 의미는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열기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열기구에 대한 기본 상식도 제공한다.

장르: 해외에세이
저자: 이시카와 나오키(민경욱 옮김)
출판사: 푸른숲
가격: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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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