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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21 손님과 종업원의 '불편한 동거' (5)

날씨가 많이 풀렸다. 근처 단독주택의 담을 타고 넘은 목련이 봉우리를 터트릴 듯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를 나와 길거리에 나섰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지나가는 많은 직장인들의 옷차림도 가벼워 보였다.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꿀맛 같은 휴식이자 오후를 준비하기 위한 충전의 시간이다.

한창 마감 때여서 편집디자인팀 2명과 기자 2명 그리고 나, 이렇게 여섯 명이 나섰다. 점심 먹기 위해 길을 나서면 가장 큰 고민거리는 ‘뭘 먹지?’라는 질문. 미리 정해놓고 발길을 옮기는 게 아니라 발길을 옮겨놓고 먹을 것을 정하기 마련이다. 회사 앞에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모두 ‘주꾸미 볶음’으로 결론 났고,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최근 회사 근처에 문을 연 주꾸미 볶음을 하는 음식점은 꽤 인기가 많다. 주변에 비슷한 먹거리가 없을뿐더러 나름, 감칠맛 나는 조리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기 무섭게 다른 직장인들이 들어섰고, 자리는 금세 가득 찼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자연스럽게 회제는 최근 벌어진 채선당 이슈로 옮아갔다.

“종업원이 임산부를 폭행하다니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종업원과 손님의 관계여서 사건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좀 더 구체적인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손님과 종업원의 관계는 수평관계인데, 아마도 수직관계로 인식하는 우리나라 문화가 이번 사건을 만든 배경이지 않겠는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자연스럽게 손님과 종업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됐다.

한 동료는 “우리나라 식당의 종업원들 대부분은 여성이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손님들이 종업원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문화, 하대하는 경박함 등이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손님은 왕’이고 따라서 ‘종업원은 서비스하는 허드렛일을 하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에다 ‘종업원이 여성’이고 보면 그 인식의 틀은 더욱 확대돼 종업원을 ‘깔아보는 존재’로 인식해 버린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동료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경우, 그 역할에 맡는 기본 소양과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 “의무적이고 강제적으로 서비스에 관련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식당 내부에서 손님을 맞기 전에 기본예절에 대한 지침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동료는 “들어오는 손님을 쳐다보지도 않는 곳, 종업원이 반말로 툭툭 내뱉는 식당, 뭔가를 부탁하면 귀찮아하는 모습이 역력한 식당, 이런 곳은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쁜 곳”이라면서 “지금까지 그런 식당을 숱하게 경험했다”고 말했다.

채선당의 이번 사건은 여러 가지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었다. 채선당으로 화제가 바뀌면서 주꾸미 볶음이 나왔고, 반주로 소주를 한 병 시켰다. 식당은 사람들로 넘쳐, 종업원들이 쉴 새 없이 바빴다. ‘식당 종업원(역시 모두 여성들로서 아주머니들이었다)’을 따로 불러 우리만을 위한 부탁을 하기도 어려웠다.

밥을 먹으면서 한 동료가 “채선당의 경우는 프랜차이즈점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식당 종업원 교육은 반드시 필요했었다”며 “이번처럼 한 식당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프랜차이점이기 때문에 그 여파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은 교육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맹점에 대한 관리가 부족했다는 진단.

식당이 가지는 인력 수급의 문제도 나왔다. 대부분 식당 종업원들의 경우 ‘임시직’이 많다. 4대 보험은 말할 것도 없이, 시간당 돈을 받는 ‘아르바이트식 채용’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기적으로 직원 교육시키고, 소양을 위한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것.

채선당 폭행사건은 아직 경찰의 조사가 끝나지 않았고, 현재까지 조사 결과로는 종업원과 임산부 손님의 진술이 서로 다르게 나오고 있다. 목격자와 여러 가지 정황을 모으면 그 실체를 알 수 있겠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식당에서는 ‘손님과 종업원’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주꾸미 볶음에 밥을 비벼먹고, 여섯 명이 소주 한잔씩 반주로 먹은 뒤 계산을 하고 나왔다. 카드로 결제하고 식당 문을 나서니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제 봄소식을 알리는 바람을 맞으며 걸어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지갑을 꺼내 영수증을 봤더니 3만원이라는 결제금액이 나타났다. 쭈꾸미 볶음이 6천원이니 5X6000=30000만원이 맞는데, 아뿔싸 손님들이 너무 많다 보니 계산 와중에 ‘종업원 아주머니’가 소주 값을 빠트린 것이다.

‘종업원’은 나중에 매출 검산을 하게 되면 3천원이 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고, 그 책망은 고스란히 종업원에게 되돌아오지 않을까. 식당 주인이 이른바 ‘빵구나는 부분’을 스스로 책임지려는 곳은 많지 않다.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소주 값을 계산하지 않은 것 같다며 1만원을 지불했고, 7천원을 거스름돈으로 돌려받았다. 종업원은 “정말 감사하다”며 고개를 여러 번 숙였다. 내가 다시 찾아갔을 때까지 종업원은 자신이 소주 값을 계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손님과 종업원의 불편한 동거!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풀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 한다면 손님과 종업원의 관계는 수직이 아닌 수평적 관계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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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