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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19 [읽기의 행복] 왕과 평민의 진한 우정…<킹스 스피치>

영화는 한 영국 신사가 원고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외떨어진 복도 중간에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원고를 손에 들고, 불안하게 입술을 움직이고 있는 모습. 조금 뒤 그는 많은 관중 앞에서 연설을 하기로 돼 있다.

마침내 시간이 다가왔고 그는 조용히 단상에 오른다. 많은 청중이 지켜보고 있는 것은 물론 그의 연설은 라디오 생중계로 방송된다. 코앞에 있는 빨간 신호가 깜박이다 점멸되고 연설은 시작된다. 그러나 한 마디 하고 난 뒤 그는 말문이 막혀 버린다. 더 이상 연설은 진행되지 않는다. 영화 <킹스 스피치>의 한 장면이다.

왕의 그림자, 그들의 삶은

<킹스 스피치>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영국 왕 조지6세와 그의 언어치료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에 출간된 전자책 <킹스 스피치>는 영화에서 느껴 보지 못한 조지6세와 언어치료사인 라이오넬 로그의 관계를 사료를 바탕으로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

왕과 권력자 곁에는 그림자가 늘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왕과 권력자 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로서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는 사람들이다. ‘고스트라이터(Ghost Writer)'는 연설문을 대신 적어주는 사람을 뜻하며, 왕과 권력자의 의상을 챙겨주는 사람, 왕과 권력자의 건강과 먹거리를 책임지는 사람…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들 곁에 있다.

드러나지 않지만 왕과 권력자에 있어 오른팔과 같은 존재들이다. ‘왕의 그림자’가 가지는 공통점은 당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역사가 흘러간 뒤 어느 순간 하나씩 감춰진 그들의 모습이 들춰진다는 점이다.

<킹스 스피치>는 영화에서 담지 못했던 ‘말더듬이’ 조시6세와 로그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전개한다. 특히 <킹스 스피치>의 저자 중 한 명이 로그의 손자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할아버지가 남긴 편지와 일기를 통해 당시 시대 상황은 물론 왕과 언어치료사의 관계를 인간적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파란만장한 조지6세의 삶

조시6세는 차남으로 태어났다. 형이 있었기에 그는 왕의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또 심각한 언어 장애를 가지고 있어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것에 대해 공포감마저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조건은 그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조지6세의 형은 왕에 관심이 없었다. 미국인 이혼녀인 여자와 관계를 더 소중하게 생각했던 ‘로맨티스트’였다. 형이 왕위를 포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왕위 계승자는 조지6세가 됐고 그는 이제 자신의 심각한 언어 장애를 치료해야 했다.

그때 나타났던 사람이 라이오넬 로그이며 그는 호주 출신으로 평범한 평민이었다. 왕실에서는 학위와 능력을 가진 언어 치료사들이 많았지만 조지6세는 이들을 모두 물리치고 로그에게서 치료를 받는다.

왕과 평민의 솔직한 이야기

형이 왕을 포기하면서 왕위를 물려받게 되고, 언어 장애를 가지고 있고, 언어 장애 치료사가 평민이었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은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조지6세가 평민 로그를 자신의 연설 담당 치료사로 임명하게 된 것은 왜 일까.

<킹스 스피치>를 보면 조지6세는 우울증과 콤플렉스가 많았던 인물로 묘사된다. 아마도 왕자로 태어난 것 자체가 부담이었지 않았을까. 그런 그의 내면을 읽어주고 받아들인 사람이 로그였다. 로그는 조지6세의 언어 장애를 치료했던 것이 아니라 조지6세의 내면에 있던 우울증과 콤플렉스를 치료했던 것이 아닐까.

조지6세와 로그가 주고받았던 편지 속에는 그들의 진한 ‘우정’을 느낄 수 있다. 영화 <킹스 스치지>가 당시의 파란만장했던 극적 재미에 무게를 뒀다면 책 <킹스 스피치>는 두 사람의 출생에서부터 사망까지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사료와 편지, 그리고 일기 등을 중심으로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은 책 <킹스 스피치>를, 책을 먼저 읽은 사람은 영화 <킹스 스피치>를 보는 것도 행복한 장르 넘나들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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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