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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14 출산 기피 현상에 일침을 가하는 김연수…<인구가 나다> <원더보이> (2)

제목만 보면 어떤 내용을 말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소설이 있다. <태백산맥> <한강> <지리산> 등 대하소설이 여기에 속한다. 그런가 하면 소설 내용을 읽어야지만 그제야 소설 제목이 이해되는 경우도 많다.

 

김연수의 <인구가 나다>는 후자에 속한다. 제목만 봐서는 도대체 무슨 내용을 말하고자 하는지 가늠할 수 없다. ‘인구(人口, Population)가 나다(生,태어나다)’는 뜻인지, 또 다른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바이올린 제작자인 은수, 은수의 옛 연인이었던 혜진, 가칭 중학생 천재 바이올린니스트 정구.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은 ‘우연의 집합체’라고 요약된다. 김연수의 <인구가 나다>는 이런 소설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다. 바이올린 제작자, 은수가 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바이올린 제작공부를 했다. 그리고 귀국한 뒤 지금은 국내에서 바이올린 제작을 한다. 어느 날, 중학생 인구가 은수의 작업실로 찾아온다. 정인구는 “낙원상가에 바이올린을 팔려고 왔는데, 바이올린을 보여줬더니 이곳으로 가라고 했다”며 바이올린을 내놓는다.

 

중학생이 내놓는 바이올린은 은수가 오래 전 직접 만든 바이올린이었다. 못 알아볼 일이 전혀 없다. 그것도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바이올린을 우연히 이탈리아를 방문한 혜진에게 현장에서 직접 낭만적으로 선물했던 것. 그 바이올린이 지금 얼굴도 모르는 중학생의 손에 쥐어져 있다. 어떻게 된 일?

 

인구의 아버지는 택시운전사였다. 택시운전사인 아버지는 아들의 바이올린 실력을 최면 걸리듯 일찍 감지하고 그를 교육시키다. 없는 살림에. 심지어 아버지는 이를 위해 세종문화회관 후원회에 가입하기 까지. 애틋한 부정이다. 중학생 아들도 재능을 발휘한다. 그런데, 인구가 대성하기 전에, 대학도 들어가지 전에 아버지는 폐암에 걸린다. 그것도 말기. 치료 불가능.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다.

 

중학생 아들은 참담하다. 이제 바이올린을 계속 공부할 방법이 없다. 값비싼 수제 바이올린은 말할 것 없는 것은 물론 먹고 살 일이 걱정이다.

 

윤회하는 바이올린의 정체

 

그런데 인구가 값비싼 수제 바이올린을 들고 지금 은수 앞에 서 있다. 이런 우연이. 은수는 “네가 이 바이올린을 가지게 된 사연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값을 충분히 치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구는 묵묵부답. 계속 다그치는 은수에게 침을 뱉고 도망가 버린다.

 

은수는 인구가 자신을 ‘천재 바이올린니스트 정인구’라고 소개했던 기억을 되살려 근처 친구에게 물어본다. 그렇게 시작된 정인구에 대한 검색은 마침내 한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동영상을 찾기에 이른다. 정인구가 자신의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아버지를 위한 마지막 바이올린 연주회를 했고, 이것이 화제가 돼 방송에 출연하면서 전국 병원을 돌며 ‘희망 연주회’를 했다는 것.

 

방송을 통해 연주하는 정인구의 바이올린 실력은 은수가 보기에 영, “아니올시다”. 기계적으로 연주방법만 알 뿐 바이올린의 깊은 울림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그렇게 해당 동영상을 봤지만 가장 궁금한 것, “혜진이 가지고 있어야 할 이 바이올린이 어떻게 정인구에게?”라는 점.

 

은수는 답답하지만 정인구가 다시 찾아오지 않는 이상, 잊어버리기로. 그때 갑자기 해당 동영상이 머리에 다시 섬광처럼 떠오른 것은 왜? 은수는 동영상을 다시 플레이. 그러다 한 장면에서 모든 것이 멈추는 듯 한 충격에 휩싸인다. 인구의 바이올린 연주도, 인구의 바이올린 연주를 보면서 마지막 눈물을 머금는 인구 아버지의 애잔한 모습도 아닌, 바로 그 많은 환자들 중에 푸른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 있던 혜진을 보았던 것.

 

이탈리아에서의-공포영화를 보러갔다 영화보다는 곁에 있는 혜진을 어떻게 할 까 봐 손잡이를 스스로 꼭 잡을 수밖에 없었던-짧은 만남 이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그녀의 모습을 보았던 것.

 

결론적으로 바이올린의 행방은 ‘은수→혜진→인구 아버지→인구→은수’로 윤회됐다는 것. 인구가 연주했던 그 병동은 이제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공간. 혜진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

 

김연수는 인구(Population)에 대한 집착이 있는 것 같다. 최근 펴낸 장편소설 <원더보이>에서도 인구((Population)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어느 날 초능력을 가지게 된 김정훈은 정보부에 의해 같이 일할 것을 강요당한다. 하지만 김정훈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협박하는 정보부 권 대령에게 “여기서 일하는 것보다는 인구(Population)를 늘리는 것으로 국가에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인구가 나다>와 다른 의미인 ‘인구가 나다(Population is born)’이지만...요즈음 김연수는 출산 기피 현상에 일종의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인구를 늘리는 방법으로 국가에 보답하겠습니다’는 말을 이토록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을 듯하다~~. 또 <원더보이>에서는 수많은 별들의 개수, 무한반복하는 원주율의 소수점 이하 자리, 지구의 인구가 얼마나 많이 태어났는지 등 숫자들의 향연이 끝없이 펼쳐진다.

 

다음에는 <원더보이> 내용을 살펴봐야 겠다. 난 그래도 두 명의 아이를 낳았으니 충분히 원더보이>를 읽을 만한 자격이 되지 않을까. 이 시대 아이들은 정말 모두들 ‘원더보이’지 않은가.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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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