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만들기 새로운 모델이 뜬다

 

 

협동조합은 일자리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협동조합 모델을 이해하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자. 서울 신촌오거리에 유명 커피브랜드 점을 하나 차릴 계획이다. 총 비용은 5억원. 가장 일반적인 A모델은 5억원을 가진 자본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커피숍을 오픈하는 경우다. 사장은 개업한 뒤 10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운영한다. 사장 1명에 10명의 아르바이트생이 일하는 기업이 된다. 1명의 창업주에 비정규직 10명이 일하는 구조다.

 

협동조합 개념으로 바꾼 B모델은 10명의 청년이 각각 5000만원 씩 출자해 5억원을 만든다. 10명 모두 주인이자 직원이 된다. B모델에는 조합원이지 직원이 근무한다. 10명의 주인이자 정규직 사원이 일하는 시스템이다.

 

A모델과 B모델의 이익배분은 어떻게 될까. 예컨대 한 달에 수익 3000만원이 난다고 가정하면 A모델은 아르바이트생(60만원X10명) 비용으로 60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2400만원은 사장이  가져간다. 이른바 '독식'모델이다. 반면 B모델의 경우 3000만원을 10명이 300만원씩 균등하게 배분된다.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공동 소유, 공동 분배'의 이념이다.

 

일자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두 모델의 차이는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불황기가 되면 A모델과 B모델의 진가가 나타난다. 예컨대 매출이 떨어지고 수익이 줄어들 때 A모델은 아르바이트생을 5명으로 줄이고 더 나빠지면 모든 비정규직에 대해 구조조정에 나선다. B모델의 경우 한 달에 300만원 가져가던 것을 200만원으로 줄이는 등 사장이자 주인인 10명이 고통분담에 나선다.

 

최근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협동조합이 일자리 창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ICA(국제협동조합연맹)는 협동조합을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통해 공동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단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이미 17개의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했다. 올해만 약 500개 정도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명 이상이 출자하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계산한다면 500X5=25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셈이다. 서울시 뿐만 아니라  16개 광역시·도에 각각 500개씩 만들어진다고 가정한다면 8000개의 협동조합이 전국적으로 만들어진다. 즉 수학적으로 계산해 본다면 4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셈이다. 

 

4만 명은 기존 일자리와 개념이 다르다. 협동조합 직원들은 대부분 조합원이자 직원의 역할을 동시에 가진다. 자신이 출자한 곳에서 일하는, 자신의 회사라는 주인의식이 강하다. 단지 '생계수단'으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게 된다.


국내에 생활협동조합으로 잘 알려져 있는 iCOOP(아이쿱)이나 한살림의 경우 현재 직원만 1000명에 이르는 중견기업에 올라서 있다. 이는 협동조합이 단순한 집합체가 아니라 기업체로서 자리를 잡았음을 보여준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지난해 12월1일 시행에 들어갔다. 여기엔 흥미로운 요소가 있다.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부가 이 기본법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김성오 위원은 "새누리당 조차도 지금의 구조로는 일자리 창출이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협동조합은 일자리 창출의 '요술방망이'인가. 그 답은 유보적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하기 나름"이다.

 

우리는 아직 협동조합의 초보 단계다. 일자리 창출의 유효한 도구가 되기 위해선 선행돼야 할 것들이 많다. 우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 실제로 이탈리아, 덴마크, 네덜란드의 협동조합이 성장하는데 자금지원이 가장 중요했다. 실제 스페인 몬드라곤협동조합복합체를 발전시키는데 핵심적 역할은 노동인민금고였다.

 

규모의 경제도 필요하다. 2012년 말 현재 유럽은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비중이 GDP(국내총생산)의 11%, 전체고용의 8%를 차지한다. 우리는 농협,수협,새마을금고,생협 등을 모두 합해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하다. 고용비율은 0.2%에 머물고 있다.

 

김성오 위원은 "협동조합이 우리나라 GDP의 5% 비중까지 성장한다면 일자리 문제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은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대안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만능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협동조합이 이제부터 서로 고민하고 발전적 대안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보기   

볼로냐市 400개 협동조합=생활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301240904038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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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제목만 보면 어떤 내용을 말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소설이 있다. <태백산맥> <한강> <지리산> 등 대하소설이 여기에 속한다. 그런가 하면 소설 내용을 읽어야지만 그제야 소설 제목이 이해되는 경우도 많다.

 

김연수의 <인구가 나다>는 후자에 속한다. 제목만 봐서는 도대체 무슨 내용을 말하고자 하는지 가늠할 수 없다. ‘인구(人口, Population)가 나다(生,태어나다)’는 뜻인지, 또 다른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바이올린 제작자인 은수, 은수의 옛 연인이었던 혜진, 가칭 중학생 천재 바이올린니스트 정구.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은 ‘우연의 집합체’라고 요약된다. 김연수의 <인구가 나다>는 이런 소설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다. 바이올린 제작자, 은수가 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바이올린 제작공부를 했다. 그리고 귀국한 뒤 지금은 국내에서 바이올린 제작을 한다. 어느 날, 중학생 인구가 은수의 작업실로 찾아온다. 정인구는 “낙원상가에 바이올린을 팔려고 왔는데, 바이올린을 보여줬더니 이곳으로 가라고 했다”며 바이올린을 내놓는다.

 

중학생이 내놓는 바이올린은 은수가 오래 전 직접 만든 바이올린이었다. 못 알아볼 일이 전혀 없다. 그것도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바이올린을 우연히 이탈리아를 방문한 혜진에게 현장에서 직접 낭만적으로 선물했던 것. 그 바이올린이 지금 얼굴도 모르는 중학생의 손에 쥐어져 있다. 어떻게 된 일?

 

인구의 아버지는 택시운전사였다. 택시운전사인 아버지는 아들의 바이올린 실력을 최면 걸리듯 일찍 감지하고 그를 교육시키다. 없는 살림에. 심지어 아버지는 이를 위해 세종문화회관 후원회에 가입하기 까지. 애틋한 부정이다. 중학생 아들도 재능을 발휘한다. 그런데, 인구가 대성하기 전에, 대학도 들어가지 전에 아버지는 폐암에 걸린다. 그것도 말기. 치료 불가능.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다.

 

중학생 아들은 참담하다. 이제 바이올린을 계속 공부할 방법이 없다. 값비싼 수제 바이올린은 말할 것 없는 것은 물론 먹고 살 일이 걱정이다.

 

윤회하는 바이올린의 정체

 

그런데 인구가 값비싼 수제 바이올린을 들고 지금 은수 앞에 서 있다. 이런 우연이. 은수는 “네가 이 바이올린을 가지게 된 사연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값을 충분히 치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구는 묵묵부답. 계속 다그치는 은수에게 침을 뱉고 도망가 버린다.

 

은수는 인구가 자신을 ‘천재 바이올린니스트 정인구’라고 소개했던 기억을 되살려 근처 친구에게 물어본다. 그렇게 시작된 정인구에 대한 검색은 마침내 한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동영상을 찾기에 이른다. 정인구가 자신의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아버지를 위한 마지막 바이올린 연주회를 했고, 이것이 화제가 돼 방송에 출연하면서 전국 병원을 돌며 ‘희망 연주회’를 했다는 것.

 

방송을 통해 연주하는 정인구의 바이올린 실력은 은수가 보기에 영, “아니올시다”. 기계적으로 연주방법만 알 뿐 바이올린의 깊은 울림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그렇게 해당 동영상을 봤지만 가장 궁금한 것, “혜진이 가지고 있어야 할 이 바이올린이 어떻게 정인구에게?”라는 점.

 

은수는 답답하지만 정인구가 다시 찾아오지 않는 이상, 잊어버리기로. 그때 갑자기 해당 동영상이 머리에 다시 섬광처럼 떠오른 것은 왜? 은수는 동영상을 다시 플레이. 그러다 한 장면에서 모든 것이 멈추는 듯 한 충격에 휩싸인다. 인구의 바이올린 연주도, 인구의 바이올린 연주를 보면서 마지막 눈물을 머금는 인구 아버지의 애잔한 모습도 아닌, 바로 그 많은 환자들 중에 푸른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 있던 혜진을 보았던 것.

 

이탈리아에서의-공포영화를 보러갔다 영화보다는 곁에 있는 혜진을 어떻게 할 까 봐 손잡이를 스스로 꼭 잡을 수밖에 없었던-짧은 만남 이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그녀의 모습을 보았던 것.

 

결론적으로 바이올린의 행방은 ‘은수→혜진→인구 아버지→인구→은수’로 윤회됐다는 것. 인구가 연주했던 그 병동은 이제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공간. 혜진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

 

김연수는 인구(Population)에 대한 집착이 있는 것 같다. 최근 펴낸 장편소설 <원더보이>에서도 인구((Population)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어느 날 초능력을 가지게 된 김정훈은 정보부에 의해 같이 일할 것을 강요당한다. 하지만 김정훈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협박하는 정보부 권 대령에게 “여기서 일하는 것보다는 인구(Population)를 늘리는 것으로 국가에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인구가 나다>와 다른 의미인 ‘인구가 나다(Population is born)’이지만...요즈음 김연수는 출산 기피 현상에 일종의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인구를 늘리는 방법으로 국가에 보답하겠습니다’는 말을 이토록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을 듯하다~~. 또 <원더보이>에서는 수많은 별들의 개수, 무한반복하는 원주율의 소수점 이하 자리, 지구의 인구가 얼마나 많이 태어났는지 등 숫자들의 향연이 끝없이 펼쳐진다.

 

다음에는 <원더보이> 내용을 살펴봐야 겠다. 난 그래도 두 명의 아이를 낳았으니 충분히 원더보이>를 읽을 만한 자격이 되지 않을까. 이 시대 아이들은 정말 모두들 ‘원더보이’지 않은가.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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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