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예쁜 집에서

 

예쁜 집에 예쁜 아이들이 있다.

책상과 의자가 있다.

누군가 오랫동안 앉아 사용했을 것 같은.

세월 지나 그 의자에서 움이 돋는다.

여기에 앉아 있던 아이는 어깨 쭉지에서 날개가 돋아 훨훨, 또 다른 책상위로 날아가

또 다른 모양의 의자위에서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휴식을 하고 꿈을 꾸겠다.

남겨진 책상에서 앨범을 들추고 남겨진 의자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는 어른이 있다.

그리고 아직 꾸어야 할 꿈이 조금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자 의자에서, 바닥에서 새 풀이 돋기 시작한다.

예쁜 집에서 예쁜 아이들과 같이 있는 지금 이 책상과 의자에서 나누는 행복한 일상이 영원하기를...

 

 

 

예쁜 집에서(2012)

Oil on Canvas

30cmX40cm

Painted by 이문희

 

여름---새도 앉아 쉬었다 간다

 

너른 마당, 꼭꼭 닫아 놓기 아까운 마당이 있다.

곰곰이 바라보다 의자를 들이고 파라솔을 준비해 놓았다.

향기 가득 퍼지도록 찻잔에 꽃잎도 따 넣고 달콤한 과자도 굽는다.

냉장고에 시원한 얼음도 얼리고 설레는 마음도 채워 놓았다.

아무도 발길 한 번 주지 않아도 시계는 쉬지 않고 일하는 제일 바쁜 일꾼이다.

의자 위에 새 한 마리 내려앉는다. 이 새 처럼 당신이 여기 와서 지친마음 내려놓으라고.

나도 이제 쉬어야겠다.

찻잔 하나 손에 들고...

 

 

 

새도 앉았다 쉬었다 간다(2012)

Oil on Canvas

40cmX30cm

Painted by 이문희

 

가을---의자

 

내 곁에 앉아봐!

하늘은 더없이 파랗고 높아지다 지쳐갈 때 들판에 나가 걸어봐

신발 벗어 놓고.

발밑에 눕는 풀들이 내 몸은 간지럽혀서 몸 속 깊이 있던 걱정들이 공처럼 튀어 올라

하나 둘, 투둑 퉁! 떨어질거야.

풀밭에 떨어진 걱정을 가만히 바라보는 거야

그때 ‘자 이리 와봐. 내게 앉아봐! ’ 의자는 내게 말을 걸어와.

의자에 실리는 내 무게가 점점 가벼워지는 걸 느껴.

햇살과 바람과 좋은 대지는 걱정을 씨앗처럼 잘 묻고 숙성 시켜서 향기론 꽃으로 피워 줄 거라는 희망의 소리가 어딘가에서 부터 날아와 냄새처럼 느껴지지.

내가 그 꽃을 볼 수 있게 되어도 저것이 걱정이었나? 알아채지도 못 할거야 아마.

 

 

 

의자(2012)

40cmX30cm

Oil on Canvas

Painted by 이문희

 

겨울---빛 비치는 마당

 

황량한 정원 구석구석에서는 지금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들썩 들썩, 쑤석쑤석 분주한 몸놀림이 있다. 있다고 알고 있다. 있다고 믿고 싶다. 있다고...

봄 되면 증명 되던걸 매년 보아 알고 있으면서도 다시는 이 마당이 생기 있게 푸르러지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 차갑고 어두워지는 겨울 오후의 막연함.

나는 몸을 빨리 놀려 물감을 꺼내고 붓을 다듬으며 이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어두운 감정에 대항해 본다.

알고 있는 봄을 기대하며...

 

빛 비치는 마당(2012)

Oil on Canvas

40cmX30cm

Painted by 이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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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