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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0 헬로! 오바마(3)-작은 공동체

Small Community! Obama

제 44대 미국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버락 오바마에 대해 적극 지지를 보낸 이들 중에는 유색인종들이 많았다고 해. 라틴계 어메리칸, 아시안 어메리칸, 흑인, 히피족 등등등…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그동안 억눌려 왔던, 혹은 차별받았던 그들의 역사가 흑인인 오바마로 향했던

것은 아닐까.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여러 가지 문화가 공존하는 다인종 다문화 사회지만 높은 곳에 있는 분들은 대부분 백인들이었지.
샌프란시스코 15번가에 위치한 유명한 커피숍, 이름은 잊어버렸구나. 카페모카를 시켰는데 은근한 맛이 일품이었어. 그곳에서 조이스 김을 만날 수 있었어. 30대 초반의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아시아 연예문화와 관련된 콘텐츠를 미국 아시안 어메리칸들에게 서비스하는 숨피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이었지. 얼마전까지만 해도 변호사였는데, 변호사를 일을 접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이야기하더군. 그녀는 한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했어. 그녀의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기로 하자.
“LA(로스엔젤레스)의 한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리얼 프로그램이 하나 있어요. 몇 명의 남성들이 후보자로 나와서 가장 훌륭한 남편감에 도전하는 리얼(실제) 프로그램인데, 최근 한국계 남자가 최종 후보자로 뽑혔어요. 대단한 일이죠?”
그녀는 나에게 반문했어.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지. 그녀가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이른바 ‘왕따’가 아주 심했다고 하더군. 그녀의 다른 피부색과 어정쩡한 말투 모두 백인들에게는 훌륭한 놀림감이 됐다는 거야. 하지만 2008년 연말, 미국 방송국에서까지 한국계 미국인이 최종 선택을 받을 만큼 미국 사회는 변화하고 있다고 그녀는 강조했어. 그녀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볼까.
“미국 전체 인구에서 아시안 어메리칸은 약 3%도 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 비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미국에서는 아시안 어메리칸들이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고, 비중있는 일을 많이들 하고 있죠. 이것 또한 미국 변화의 한 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조이스 김은 아주 명랑한 여성이었어. 이야기하는 순간순간에도 웃음이 떠나지 않더군.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고, 혼자서 숨피닷컴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시안 어메리칸들이 미국 중심무대로의 진출이 곳곳에서 가시화되고 있어 상쾌하다는 반응이었어.
이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볼까. 수정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등 그동안 전세계를 휩쓸었던 하나의 이즘(~ism)이지. 나는 이러한 ‘~ism’속에서 최근 몇 년동안 우리사회의 가장 주 관심사는 금융이었다고 봐. 돈이라는 것이지. 찬찬히 최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고 충격을 줬던 사건들을 떠 올려보자. 모두가 그 배경과 계층들은 달랐지만 하나로 귀결되는데 그 원인은 ‘돈’이었어. 돈이 최고의 선(善)이 돼 버린 것이지. 땀흘리는 노동을 읽어버렸다고나 할까. 돈이 돈을 벌고, 돈이 돈을 부르고, 1개의 돈이 2개의 돈이 되고...금융 자본주의에서 땀 흘리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 시작된 거야.
누군가 그랬다고 하지. 아마 솔 알린스키라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알린스키는 그의 책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에서 자본주의에 존재하는 계층을 세부류로 나눴지. 하나는 가진자(haves), 가지지 못한자(have-nots), 조금 가졌지만 더 가지고 싶어하는 자(little have-more wants)가 있다는 거야.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 계층은 ‘조금 가졌지만 더 가지고 싶어하는 자’의 의식에 달렸다고 하는데, 이 사람들은 대단히 조심스럽게 변화에 반응한다는 것이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변화에 적응한다는 것이야. 나에게 이익이 되면 그것은 변화에 있어 선(善)이요, 나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그것은 변화에 있어 악(惡)이라는 것이지. 이런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뜨뜻미지근한 소시민의 모습만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사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알린스키는 소통에 대해서도 한마디했어.
“다른 사람들과 소통은 당신이 그들에게 애써서 전달하려는 것을 그들이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일어난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만 사물을 이해한다. 이는 당신이 그들의 경험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통은 참 중요한 단어인 것 같아.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소통이 없으면 갈등과 배척만 있을 뿐이지. 알린스키의 말은 쉽지만 이 또한 얼마나 힘든 작업일까. ‘당신이 그들의 경험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소통이라면 정말 어려운 일일꺼야. 그러나 이러한 소통을 이룰 때 정말 우리는 살만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버락 오바마를 두고 노무현 전대통령과 비교하는 기사가 많이 나왔지. 물론 나도 관련 기사를 쓴 적이 있어.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 이끌었고 참여의 정치철학을 통해 권력자가 됐다는 사실, 인권변호사 등 자라온 과정이 비슷하다는 것, 인터넷을 참여의 수단으로 적극 이용했다는 점 등 많은 부분이 비슷했어.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영국의 가디언지는 ‘인터넷 대통령, 로그온하다’는 기사를 내놓았고, 버락 오바마가 당선되자 미국의 주요언론들은 ‘인터넷 대통령, 오바마’라는 기사를 쏟아냈어. 루스벨트가 라디오대통령이었고 캐네디가 TV대통령이었다면 버락 오바마는 인터넷 대통령이라고들 불렀지.
인터넷 대통령, 노무현과 오바마...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어. 난 이렇게 평가하고 싶어. ‘변화를 위한 혼돈기’였다고. 혼돈이란 뒤섞여 뒤죽박죽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 그러나 혼란속에는  정돈을 향해 끝없이 나아가는 기운도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 노무현 정부를 나는 그런 혼돈의 시기였다고 평가하고 싶어.
금융이 사회를 지배하고 뜨뜻미지근한 변화만이 이 사회에 만연해 있다면 이제 우리는 어떤 변화에 적응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전체 사회를 뒤집어 엎을 만큼 우리에게 동력이란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혁명이라는 말은 점점 수정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앞에서 퇴색돼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소공동체에 대한 꿈을 그리고 싶어.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형용준 사장, 아! 이 사람은 미니홈피로 지금은 많이 알려져 있는 싸이월드의 창업자였어.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더군. 그와 인터뷰 도중에 한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더군.
“샌프란시스코에는 일본인과 중국인들이 많이 살아요. 재팬타운, 차이나타운 등이 있지요. 이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축제를 벌여요. 그들의 독특한 문화를 미국인들에게 알리고 참여를 권유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문화를 미국인들에게 전달하는 거죠. 그런데 샌프란시스코에는 코리안타운이 없어요.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축제도 없고...”
그들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그들만의 공간이라고 해서 폐쇄적이거나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문화와 공간으로 다른 이들을 끌어들이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문화의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 그들의 공간을 존중하고 우리의 공간을 공유하는 것, 이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봐. 이념과 사상이 다르더라도 소공동체는 존재할 수 있다고 봐.
오바마에 기대를 걸고 있는 미국인들도 이런 소공동체를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히피족의 문화, 인디언의 문화, 아시안의 문화, 흑인들의 문화, 백인들의 문화…너무나 다양하고 천차만별인 그런 문화를 인정하고 그들만의 문화가 공유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지. 백인의 문화와 흑인의 문화가 공유되고 흑인의 문화가 아시안 문화와 공유되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는 변화 말이야. 그것을 두고 혁명을 위한 진화라고 표현하면 좀 서투른 말일까.
아직 미국은 그런 소공동체 문화가 뿌리 내리지는 못한 듯 했어. 미국을 취재하면서 취재원들은 거의 모두 백인들이었는데, 취재와 관계없이 나와 스쳐 지나간 많은 사람들은 유색인종들이었어. 샌프란시스코의 주요 도시를 관통하는 칼트레인(CalTrain)의 차표를 검사하는 사람들은 거의 흑인이었고 택시 운전사는 대부분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출신들이었지. 호텔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하우스키퍼 역시 인도사람이었고 슈퍼마켓의 점원은 대부분 흑인들이 차지하고 있었지. 직업에 귀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왜 그런 직업군에는 백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까...소공동체가 서로 공유되면서 서로 존중되는 모습은 아니었어.
며칠간의 미국 취재를 마치고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다시 싱가폴항공에 올라 한국으로 돌아왔어. 비행기가 미국 땅을 이륙하는 순간, 처음 도착해 몽고메리역에서 만난 홈리스들의 외침이 들리더군.
“Hey! Give me a money!"
그들은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그렇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를 꺼야. 어쩌면 지금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어. 한국으로 솟아오르는 비행기안에서 이런 말을 하고 싶더군.
“Hello! Obama, You focus on grassroots. You are looking around your grassroots continuosly. Pay attention to grassroost' yell…"
풀뿌리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어. 비행기는 샌프란시스코 땅을 뒤로 하고 태평양을 향해 날아올랐지.
-끝(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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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