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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09 또 다시 잊혀지면 안될 삼성 백혈병 (1)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0년 3월31일 끝내 숨을 거둔 박지연 씨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을 정리해 보면 삼성이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적절한 시점에 들불처럼 번져가는 이슈를 잠재우는가 하면, 적당한 시점에 자신들의 입장과 자세를 강조하면서 “삼성은 이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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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년 3월31일 박지연 씨가 사망했다. 2007년 백혈병이 발병했고 3년 동안 투병생활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삼성은 관련 직원들은 박지연 씨 장례식장에 보내 면밀한 동태파악에 나선다.

아래는 2010년 4월 1일자 당시 기사내용.

삼성반도체에 근무하다 백혈병을 얻은 故 박지연 씨가 지난달 31일 끝내 사망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민노당 홍희덕 의원과 유족들은 1일 장례식장인 서울성모병원에서 ‘故 박지연 씨의 죽음은 삼성에 의한 타살이다’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홍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도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근무하던 못다핀 꽃이 떨어졌는데 삼성 이건희는 문상도 안오는가”라며 질타냈다.

민주노동당은 공식논평을 통해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스물셋이라는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박지연 씨의 죽음은 안타까움 자체”라고 밝혔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은 “방사선 기계로 검사하는 업무를 맡아온 박지연 씨는 오랜 시간 노출된 방사선 때문에 백혈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돼 왔다”면서 “박지연 씨뿐 아니라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는 현재 22명에 달하며 이 중 사망한 노동자는 벌써 8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은 적극적 보상과 추가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한 노력은 커녕 외면과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젊은 노동자들이 급성 백혈병으로 스러져가고 있음에도 연관성 없음을 운운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이며 재벌기업에 대한 특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재벌 프렌들리’ 정권에 무소불위의 삼성이라지만 사람의 목숨을 이토록 하찮게 취급하는 것은 또 다른 살인과 다르지 않다”면서 “정부와 삼성은 지금이라도 산업 재해를 인정하고 치료와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연 씨의 죽음으로 ‘삼성과 백혈병’이라는 키워드가 급부상했고 언론사들이 앞다퉈 이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한다. 트워터 등 SNS를 통해서도 급속히 전파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들불이 돼 번져나갔다.

여론이 들끓고 언론들이 분석, 기획보도 등으로 나서자 삼성은 공식 입장을 내놓기 보다는 우선 ‘우회 돌파법’을 선택한다. 공식 기자회견 등을 통해 대응한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 트위터를 이용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아래는 2010년 4월 2일자 당시 기사 내용.

삼성전자가 2일 트위터계정(@samsungtomorrow)을 통해 자사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백혈병으로 숨진 고 박지연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트위터 사용자간 박씨의 백혈병 사망 원인을 둘러싸고 반도체 생산환경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논란이 일자 해명에 나선 것.

삼성전자는 트위터를 통해 “회사로서도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며 “오늘 많은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오전, 오후로 나누어 직접 문상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또 반도체 웨이퍼 제조과정의 방사능물질이 영업비밀이라고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반도체 제조과정의 모든 사용물질은 산업안전공단의 역학조사팀에 전부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회사는 회복을 위해 치료비 등을 지원해왔고, 회사 동료들도 모금운동으로 훈훈한 동료애를 보여 주었다”며 “언론과 만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는 일부 주장은 잘못 알려진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영결식이 치러진 박 씨는 지난 2004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중 2007년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다 2010년 3월31일 숨졌다.

우회 입장 표명을 통해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여론을 막아보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공식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두 가지 부분이다.

첫째는, 반도체 웨이퍼 제조과정의 방사능물질이 영업비밀이라고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반도체 제조과정의 모든 사용물질은 산업안전공단의 역학조사팀에 전부 제출했다”는 것. 따라서 우리는 작업현장 공개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료를 줬기 때문에 이제 공은 산업안전공단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객관적인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 부분이다.

둘째는, “회사는 회복을 위해 치료비 등을 지원해왔고, 회사 동료들도 모금운동으로 훈훈한 동료애를 보여 주었다”고 강조한 부분이다. ‘훈훈한 동료애’를 강조하면서 앞서 객관적 사실을 앞세움과 동시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구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의 이 같은 트위터 입장발표는 타오르는 여론을 잠재우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수백 건의 기사가 계속 쏟아졌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한 삼성은 급기야 4월12일 반도체 공장을 기자들에게 전격 공개하겠다고 밝힌다. 직접 공략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4월15일 기흥 공장에 마침내 높으신 분(?)들이 기자와 현장견학(?)을 간다.

아래는 2010년 4월 15일자 당시 기사.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백혈병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 그 원인에 대해 재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조수인 사장은 15일 오전 경기 용인시 기흥 사업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이 신뢰하지 않고 있는 근로복지공단 및 산업안전보건공단 대신에 ‘제 3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장이 백혈병 원인을 제공했는 지에 대해) 역학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특히 “신뢰할 만하다면”이란 전제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유가족들이 원하는 기관도 (조사 주체)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및 시민단체의 의혹을 정면으로 맞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그러나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과 백혈병 간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사업장에는 유독 물질이 없으며, 방사선 노출 장치 등 시설 설비 면에서 백혈병과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말 백혈병으로 사망한 전 삼성 반도체 근로자 고 박지연 씨가 흐흡기 및 피부를 통해 유독물질이 전달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배기장치가 모두 돼 있고 안전 수칙에 따라 보호도구를 착용하게 돼 있다”고 피력했다.

관리 감독 소홀 문제에 대한 지적에 관해서는 삼성전자 환경안전팀장 한동훈 상무가 “아무리 감독하더라도 체크가 힘들 수 있다. 작업장이 워낙 넓다 보니 그점 동감한다. 화학물질 만큼은 최대한 교육하고 있다. 발견 못한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는 한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기자를 대상으로 반도체 생산라인 두 곳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은 “이번 공개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피해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왔고, 또한 한결같이 묵살당해온 사안”이라며 “그러나 이번 생산라인 공개는 반올림이 요구해왔던 ‘투명한 정보공개’와는 전혀 다른 것이며, 이를 통해서는 도저히 ‘의혹과 불신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해소’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당시 현장에 갔던 우리 매체 기자는 “30여 분의 짧은 기간동안 5, S라인 두 곳을 봤는데 최첨단 시설로 돼 있어 깨끗하다는 인상만 받았다”고 말했다. 기자들에게 작업 공정을 공개하겠다고 하면서 미리 대비하지 않았을 리는 없고, 현장 기자의 말처럼 ‘최첨단 시설로 깨끗했다’는 말은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이 부분에서 삼성이 무엇을 노렸는지는 명확하다. 기자들에게 현장을 공개해 “현장까지 공개했는데 더 이상 우리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려 했고 나아가 현장 공개 이후 사장과 상무가 나서 “반도체 사업장에는 유독 물질이 없으며 백혈병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는 등의 메시지를 심어주고자 한 것이다.

현장의 이미지와 함께 “아무 문제 없다” “우리는 떳떳하다”는 이미지를 통한 여론 잠재우기에 나선 셈이다.

그렇게 2010년 3월과 4월이 지나가고 5월에 접어들면서 역시나(?) 언론의 관심과 여론은 잠잠해지기 시작한다. 2010년 5월1일부터 2010년 12월31일 까지 ‘박지연 백혈병’ 이라는 기사는 고작 79건에 불과했다. 3월과 4월에 수백 건에 달했던 관련 기사들은 조금씩 줄어들더니 2010년이 끝나갈 때쯤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2010년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3월에 한 어린 소녀의 죽음으로 불거진 ‘백혈병’ 문제는 여전히 한때의 이슈로만 부상했을 뿐 해결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이번에 다시 이슈로 부상했다. 삼성이 말한 것 처럼 “모든 자료를 산업안전연구원에 줬다”고 밝혔고 삼성안전연구원은 “작업공정에서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젠 해결할 때이다.

자본주의가 자유로운 계약관계에 의해서 시장에서 노동력을 구입하고 그 댓가로 임금을 지불한다지만, 그래서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자본가는 임금을 주는 계약관계라고 하지만,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죽음 앞에 조차도 고개 숙이지 않는 이 사회가 너무 쓸쓸하고 비참하기 때문이다.

비단 ‘삼성과 백혈병’ 문제는 특정 기업과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 어떤 자본주의 기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노동자가 사망하면 ‘돈으로 해결하고’ ‘돈이면 다 된다’는 이 썩어빠진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존재 자체가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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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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