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바람타고 온다 했다

 

하늘에 핀 진달래와 개나리

 

푸른 하늘 높이

 

바람 부는 날

 

우주 끝까지

 

분홍과 노랑의 소리 전해준다

 

봄은 색깔타고 온다 했다

 

옅은 보라, 제비꽃

 

노란 물결, 민들레

 

얇은 분홍, 앵초

 

하얀 꽃잎, 꽃잔디

 

노랑 점점, 꽃다지

 

아침과 저녁 달라지는 색깔 속에

 

봄이 익어가는 소리 전해준다

 

봄은 엄니 손길타고 온다 했다

 

휴일 이른 아침

 

해 뜨기 전

 

마당에 나간 엄니는 싱싱한 푸르럼을 가득 안고 왔다

 

아침 간장에 싱그러움 더하고

 

민들레 무침이 상에 올랐다

 

잎 속에서 상큼한 민들레 향기 퍼지고

 

엄니의 봄은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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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내가 말하는 것은 그렇게 때문이 아니란다

그냥 그곳에 네가 있었기에

내가 혀를 내두르며 열심히 말을 내뱉은 것은 그렇게 때문이 아니란다

다만 너가 그곳에 있었기에

내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쓰레기

그 쓰레기 속에서 우린 봄의 새싹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봄은 그냥 오는데

많은 사람들은 봄을 맞이하기 위해

거리로

거리로

거리로

달려가더구나

그곳엔 봄 대신 스스로 만든 봄이 있을 뿐

봄은 그렇지 않단다

봄은

그냥 물이 흐르는 곳에 있단다

물이 모이는 곳

짐승이 모이는 곳

그리고 사람이 모이는 곳

그곳에 봄은 스스로 태어나지

물의 길과

짐승의 길과

사람의 길과

우주의 길과

그 속에 피어나는 이름없는, 이름을 알리고 싶지 않는 그 길

그 속에 봄은 스스로 피어나는 거지

그 봄이라야

진정한 봄이라 소리칠 수 있지 않겠니

봄은 스스로 오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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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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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가느다란 비 흩뿌리더니

아침 곳곳에서 봄의 시작을 알린다

소나무에 맺힌 빗방울 손 대면

떨어질 듯 찰랑찰랑 불어오는 엹은 바람에

가만히 흔들리고

따뜻한 남쪽 방향으로 자리잡은

진달래 찬 바람을 피해

벌써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일찍 노란 꽃을 피워낸 개나리

아직 봄으로 나오지 못한

다른 친구들의 노란 노래 기다린다.

할미꽃은 새벽에 내린 찬 서리를 맞아

하얀 얼굴로 떠 오르는 해를 향해

웃음 머금기 시작했고

지나가는 새들의 웃음 소리

아침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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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옆집 중학생 아이가 편지를 보내왔다

때는 이른 봄,

"이젠 씨를 뿌릴 때이다."

딱 한 문장으로 이뤄져 있던 그 편지

할아버지는 씨를 뿌렸다

아이의 편지 때문만은 아니다

언제나

때가 되면 씨를 뿌려야 하기 때문

할아버지는

씨를 뿌리고

땅을 일구고

싹이 나왔다

아이의 편지는 그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씨를 뿌리는 그 순간,

세상은 또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지기 때문

할아버지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머리속으로 알고 있는 게 아닌

가슴으로 알고 있었다

때는 이른 봄,

꽃을 가꾸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아이의 편지를 닮았다

 

 

 

꽃을 가꾸는 할아버지(2012년)

목판에 유화

17cmX13cm

Painted 이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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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노랑과 분홍이 늘 경쟁하듯

마당을 찾아오지만

올해는 분홍 진달래가

노랑 개나리를 앞질렀다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그곳에서 진달래가

분홍의 유혹을 내뿜는다

 

봄은

노랑의 희생으로 초록을 불러들이지만

이 봄,

분홍의 유혹을 먼저 맞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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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지난 24일 토요일, 때 아닌 눈이 내렸다. 지나가는 겨울이 아쉬웠을까. 아니면 다가오는 봄을 시샘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대기의 불안정에 의한 과학적 결과물이었을까. 어쨌든 눈은 억수로 왔고, 나는 당시 일을 해야 했다.

그것도 다름 아닌 대체 에너지 수급!


우리 집은 겨울이면 집이 무척 따뜻하다. 그럼에도 연료비는 거의 제로!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화목 보일러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화목 보일러는 나무만 있으면 된다. 전원주택에 살고 있지만 나무 구하기가 힘들다. 주로 나무를 구해오는 작업은 장인어른이 맡는 게 보통인데. 이날은 워낙 큰 나무-직접 보고는 정말 기겁을 했다-를 옮겨야 했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협동심이 필요했다.


서울에 있는 동서까지 불렀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니나 다를까 기상상태가 최악이었다. 눈발이 굵어지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날씨. 아이들은 신이 났다.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마당을 뛰어 다니고 눈사람 만들기 바빴다.


아침을 먹고 나서 장모님이 고조 곤히 속삭인다.


“어휴~그럼 그렇지. 어디 자네가 일을 한다면 날씨가 도와주든가. 이런 날씨에 나무 옮길 수 없으니, 쉬게!”


정말 그랬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나는 평일이면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오는 일상이나 나무 하는데 도움을 전혀 줄 수 없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가능한데,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내가 일하려고 하는 토요일이면 늘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서울에서 온 동서와 나는 침대 방을 하나씩 차지하고 드러누워 버렸다.


“금방 날씨가 좋아질 거예요. 날씨 좋아지면 우리 둘이 금방 옮겨올게요.”라고 기세 좋게 장모님에서 말하고 나서. 장인어른도 내심 ‘이 놈의 날씨가…’라며 두 명의 일꾼(?)을 놀리는 게 아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달콤한 꿈속에서 나는 나무꾼이 되었다. 산을 올라 나무를 옮기고, 한 아름되는 나무를 어깨에 메고 내려오고, 올라가고. 아! 그렇게 오전의 달콤한 잠 속에서 나무를 하느라 바빴다. 일어났을 때 점심때였다. 날씨는 급기야 눈이 그치고 햇살을 비추기 시작했다.


동서도 그때쯤 일어나 나와 눈이 마주쳤고, 이젠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눈 맞춤을 했다. 점심을 먹고-일꾼을 써먹기 위해서인지 장모님은 고기반찬을 내놓으셨다-부리나케 4륜 차를 끌고 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헉!


그동안 장인어른이 나무가 있는 곳에서 전기톱으로 토막토막 내놓았는데, 토막 난 그 굵기가 1M는 족히 넘어 보였다. 토막을 내 놓았지만 동서와 내가 둘이서 들기에도 무거웠다. 그것도 나무 중에 가장 무겁다는 밤나무! 참나무 다음으로 무거운 나무이다.


그렇게 4륜 차로 몇 번을 옮겼다. 눈이 온 다음이고, 다니는 길이 비포장도로이기 때문에 길은 미끄러웠다. 점식을 먹고 난 12시부터 4시까지 다섯 차례를 오고 간 것 같다. 둘이서 낑낑 거리며 옮긴다고 했지만 모두를 옮기지 못했다. 허리는 아파오고, 옷은 진흙으로 온통 물들었다. 그렇게 힘들어질 때쯤,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더니 오전보다 더 굵은 눈보라가 몰아쳤다.


동서와 나는 갑자기 변하는 날씨를 보며 “이놈의 날씨가 참, 희한하네.”라며 장인어른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서로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는? 장인어른이 먼저 가자고 하기 전에 장모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얼른 와요! 그만하고. 이런 날씨에 사고 나요!”


우리는 그 소리를 고스란히 곁에서 들었다. 동서의 씨~익 웃는 모습에 ‘대체 에너지’ 구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어서야. 그렇게 4시간을 일한 우리 집에는 굵디굵은 밤나무가 한 가득 쌓였다. 1년 정도 바싹 말려서 도끼로 쪼개면 다음해 겨울에 화목 보일러의 좋은 연료가 될 것이다.


마지막 나무를 실은 뒤 장인어른과 동서를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비포장도로를 운행하면서 나는 한마디 했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네...”


그때 갑자기 이런 시가 생각난 것은 왜일까.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오늘도...내일도.../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윤동주의 <새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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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한달 전에 강아지 다섯 마리가 태어났다.
추웠던 그날,
다섯 마리는

서로 껴안고
서로 부대끼면서
어미의 품을 파고 들었다.
이제 추운 날은 지나가고
우수인 오늘,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마당에 나선다.
사람 소리라도 들리면
귀를 쫑긋 세우고 
다리 밑으로 파고든다.
이제 나도 홀로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튼튼한 다리로 졸랑졸랑 따라온다.
겨울이 지났으니
그들의 다리는 더 튼튼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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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사과꽃이 피었습니다.
사과꽃이 피는 동안
다들 어딘가로 숨고 있습니다.


토마토와 고추는 며칠 전
심었습니다.
비가 적당한 시기에 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맛있는 열매가 맺힐 겁니다.


많은 꽃들이
철목을 달려가는 듯 합니다.
철목으로 만든 계단에 비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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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할미꽃

계절의 느낌 2011.04.16 15:29

아침이 오는 소리에
고개 숙인 할미꽃
계단 올라서자 마자
봄 속으로 걸어간다
저녁이 오는 소리에
고개 숙인 할미꽃
계단 내려서자 마자
내일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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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TAG , 할미꽃

산에서 왔을까
들에서 왔을까
집 안마당 현호색
보랏빛 미소 머금고
따스한 봄 햇살
찬란하게 쏟아진다
집 안마당 현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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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TAG , 현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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