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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28 생생한 무대와 음악이 연출한 감동…<천국의 눈물>

우리나라의 역사는 ‘눈물’과 유독 인연이 많은 것 같다. 모든 역사적 상황이 ‘눈물’과 연결되는 순간에 눈시울을 적시는 경우가 많다. 그 무엇보다 전쟁과 관련되는 부분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은 물론이고 현대사에서 베트남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역사이다.

아직도 베트남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2세, 3세까지 이어지면서 ‘눈물의 역사’는 끝나지 않고 있다. 해오름국립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천국의 눈물>도 우리나라 현대사의 ‘눈물’을 보여주고 있다.

<천국의 눈물>은 살아 움직이는 무대였다. 무대의 생생한 변화와 설치의 묘미가 없었다면 <천국의 눈물>은 그렇고 그런 뮤지컬에 머물렀을 것이다. 또 하나 <천국의 눈물>이 가슴깊이 관객에게 전달된 것은 2시간30분 내내 울려 퍼지는 생음악이었다. 극이 펼쳐지는 2시간30분 동안 지휘자의 손이 공중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힘찬 손놀림으로 이어졌다.

<천국의 눈물> 시놉시스는 특별한 내용은 아니다. 한국 근현대를 살아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소설로, 연극으로, 또는 영화로 한번쯤은 읽고 보고 경험한 줄거리. 배경은 베트남 전쟁이다.

한국군 참전용사인 ‘준’과 베트남 현지 나이트클럽 댄서 ‘린’, 그리고 미군 대령 ‘그레이슨’. 이 세 명의 갈등과 대립, 비극을 담고 있다.

그레이슨은 나이크클럽을 드나들면서 린에게 청혼을 한다. 린을 마음에 둔 그레이슨은 샌프란시스코로 가자며 린에게 달콤한 유혹을 한다. 린은 그레이슨을 좋아하지만 정말 사랑하는 것인지 의문에 빠진다. 마음속에 갈등이 일어난다. 지긋지긋한 전쟁터를 벗어나 미국으로 가고 싶지만 그레이슨과 함께 가는 것에 주저한다.


그런 상황에서 준이 린에게 다가가고 사랑을 고백한다. 준은 린에게 함께 한국으로 가자고 제안하지만 린은 갈등에 빠진다. 그레이슨과 미국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준과 한국으로 갈 것인가 린의 선택만 남아 있다. 

행복한 선택의 순간에 서 있던 린에게 비극이 다가온다. 준과 린의 관계를 눈치 챈 그레이슨 대령은 부하인 준을 최전방, 하루에도 수차례 전투가 벌어지고 수없이 많은 군인이 죽어가는 사지의 전쟁터로 보내 버린다.

그렇게 준과 린은 그레이슨의 계략에 헤어지고 시간을 흘러간다.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기고, 생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준은 뒤늦게 린이 미국으로 떠났음을 알게 된다. 시간은 흘러 준은 지금, 작가로 한국에서 살고 있다. 뒤늦게 린의 딸 ‘티아나’가 유명한 가수가 돼 내한공연을 하게 되고 ‘티아나’가 린의 딸이자, 준의 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천국의 눈물>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다. 우리나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베트남. 사랑과 좌절, 생명과 죽음의 공간이자 고스란히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비극의 장소였다.

중학생 딸과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함께 <천국의 눈물>을 지켜봤다. 그 생생한 무대 장치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지난 금요일(2월25일) 공연이 늦은 저녁 8시에 시작됐는데도 불구하고 11시 공연이 끝날 때까지 아들이 자지 않고 끝까지 공연을 지켜봤다.

아들은 보통 9시가 되면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든다. 지난 연말 이문세 콘서트에 갔을 때 9시가 조금 넘자, 그 시끄럽고 쿵쾅쿵쾅 울리는 음악 소리에도 불구하고 잠을 잤던 것에 비교하면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간 중간 아들은 “아빠, 진짜 좋다.”며 스스로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무대장치가 실시간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살아 있었고 초등학교 2학년이 보기에도 자연스럽게 흘러간 셈이다. 색감 또한 화려했다. 화려하면서도 튀지 않았고 마치 지금 이곳, 관객이 지켜보고 있는 무대가 당시 베트남 현장으로 다가왔다.

베트남 전통의상, 물 위로 떠오르는 배, 노랑과 빨강 등의 눈에 직감적으로 들어오는 색감 등이 놀라웠다. <천국의 눈물>에서 단연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 액션 등이 팔팔 살아 움직인 것은 무대의 입체적인 움직임의 효과가 컸다고 생각한다.

2시간 30여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고 달라지는 무대 장치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극에 몰입하게끔 만든 중요한 부분이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음악. 같은 음악이라도 편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맛은 달라진다. 뮤지컬은 노래, 연기, 액션 등이 총망라되는 종합 예술이다.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음악이다. 작사와 작곡은 물론 창작극의 경우 수많은 음악이 연주된다. 소극장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뮤지컬의 경우 녹음이 대부분이다. 이번 <천국의 눈물>은 녹음이 아닌 생음악으로 이뤄졌다.

무대 앞에 연주자들이 촘촘히 앉았고 음악감독이 직접 지휘하면서 극은 시작됐다. 2시간30분 동안 연주자의 손이 공중에서 한 번도 쉬지 않았으니 ‘얼마나 손이 아플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극이 진행되는 중간 중간 지휘자의 모습을 보았는데 지휘하는 움직임에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 손놀림 하나하나가 <천국의 눈물>을 이끌어 가는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천국의 눈물>은 무대장치의 생생함, 현장의 생음악, 배우들의 제 역할에 맞는 분명한 캐릭터 등이 종합적으로 묶여진, 잘 만들어진 종합 예술이었다.

◆무대 바깥, 옥에 티 하나

11시 넘게 공연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셔틀버스는 딱 두 대만 운영됐다. 두 대의 셔틀버스를 보낸 뒤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은 가까운 동대입구 역까지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온, 혼잡을 피해 대중교통을 이용한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했다. 9시~10시에 공연이 끝났으면 걸어갈 만 했지만 11시 넘게 끝나는 공연에 셔틀버스를 딱 두 대만 운영하는 것은 옥에 티였다.



◆<천국의 눈물>

-해오름국립극장

-화 ·목·금:오후 8시

-수요일:오후 3시, 오후 8시

-토요일:오후 3시, 오후 8시

-일요일:오후 2시, 7시

-홈페이지(http://www.tearsofhea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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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