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3.26 대체 에너지를 위해 '내를 건너서 숲으로'

지난 24일 토요일, 때 아닌 눈이 내렸다. 지나가는 겨울이 아쉬웠을까. 아니면 다가오는 봄을 시샘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대기의 불안정에 의한 과학적 결과물이었을까. 어쨌든 눈은 억수로 왔고, 나는 당시 일을 해야 했다.

그것도 다름 아닌 대체 에너지 수급!


우리 집은 겨울이면 집이 무척 따뜻하다. 그럼에도 연료비는 거의 제로!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화목 보일러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화목 보일러는 나무만 있으면 된다. 전원주택에 살고 있지만 나무 구하기가 힘들다. 주로 나무를 구해오는 작업은 장인어른이 맡는 게 보통인데. 이날은 워낙 큰 나무-직접 보고는 정말 기겁을 했다-를 옮겨야 했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협동심이 필요했다.


서울에 있는 동서까지 불렀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니나 다를까 기상상태가 최악이었다. 눈발이 굵어지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날씨. 아이들은 신이 났다.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마당을 뛰어 다니고 눈사람 만들기 바빴다.


아침을 먹고 나서 장모님이 고조 곤히 속삭인다.


“어휴~그럼 그렇지. 어디 자네가 일을 한다면 날씨가 도와주든가. 이런 날씨에 나무 옮길 수 없으니, 쉬게!”


정말 그랬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나는 평일이면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오는 일상이나 나무 하는데 도움을 전혀 줄 수 없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가능한데,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내가 일하려고 하는 토요일이면 늘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서울에서 온 동서와 나는 침대 방을 하나씩 차지하고 드러누워 버렸다.


“금방 날씨가 좋아질 거예요. 날씨 좋아지면 우리 둘이 금방 옮겨올게요.”라고 기세 좋게 장모님에서 말하고 나서. 장인어른도 내심 ‘이 놈의 날씨가…’라며 두 명의 일꾼(?)을 놀리는 게 아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달콤한 꿈속에서 나는 나무꾼이 되었다. 산을 올라 나무를 옮기고, 한 아름되는 나무를 어깨에 메고 내려오고, 올라가고. 아! 그렇게 오전의 달콤한 잠 속에서 나무를 하느라 바빴다. 일어났을 때 점심때였다. 날씨는 급기야 눈이 그치고 햇살을 비추기 시작했다.


동서도 그때쯤 일어나 나와 눈이 마주쳤고, 이젠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눈 맞춤을 했다. 점심을 먹고-일꾼을 써먹기 위해서인지 장모님은 고기반찬을 내놓으셨다-부리나케 4륜 차를 끌고 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헉!


그동안 장인어른이 나무가 있는 곳에서 전기톱으로 토막토막 내놓았는데, 토막 난 그 굵기가 1M는 족히 넘어 보였다. 토막을 내 놓았지만 동서와 내가 둘이서 들기에도 무거웠다. 그것도 나무 중에 가장 무겁다는 밤나무! 참나무 다음으로 무거운 나무이다.


그렇게 4륜 차로 몇 번을 옮겼다. 눈이 온 다음이고, 다니는 길이 비포장도로이기 때문에 길은 미끄러웠다. 점식을 먹고 난 12시부터 4시까지 다섯 차례를 오고 간 것 같다. 둘이서 낑낑 거리며 옮긴다고 했지만 모두를 옮기지 못했다. 허리는 아파오고, 옷은 진흙으로 온통 물들었다. 그렇게 힘들어질 때쯤,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더니 오전보다 더 굵은 눈보라가 몰아쳤다.


동서와 나는 갑자기 변하는 날씨를 보며 “이놈의 날씨가 참, 희한하네.”라며 장인어른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서로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는? 장인어른이 먼저 가자고 하기 전에 장모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얼른 와요! 그만하고. 이런 날씨에 사고 나요!”


우리는 그 소리를 고스란히 곁에서 들었다. 동서의 씨~익 웃는 모습에 ‘대체 에너지’ 구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어서야. 그렇게 4시간을 일한 우리 집에는 굵디굵은 밤나무가 한 가득 쌓였다. 1년 정도 바싹 말려서 도끼로 쪼개면 다음해 겨울에 화목 보일러의 좋은 연료가 될 것이다.


마지막 나무를 실은 뒤 장인어른과 동서를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비포장도로를 운행하면서 나는 한마디 했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네...”


그때 갑자기 이런 시가 생각난 것은 왜일까.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오늘도...내일도.../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윤동주의 <새로운 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