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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14 재벌총수 이름 '몽땅' 거론된 날…홍보팀원들은 바빴다?

오늘 국내 10대 그룹 홍보팀에 때아닌 비상이 걸렸을 것 같다. 14일 오전 10시07분발 연합뉴스 기사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재벌닷컴에 자료를 의뢰하고 취재해 [10대 재벌 총수 징역형 23년에 실형은 ‘제로’]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확인해 본 결과 이 취재는 재벌닷컴이 따로 자료를 내놓은 것이 아니라 연합뉴스가 재벌닷컴에 먼저 자료를 요구한 것이었다. 일종의 기획기사였다.



연합뉴스의 보도가 송고되자 국내 많은 언론사들이 이 기사를 이른바 '받아' 썼다. 그룹 홍보팀에 비상이 걸렸다는 것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연합뉴스의 기사는 '팩트'가 분명했고,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기사였다. 사실이었고 누구든 이 기사를 두고 반박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룹 총수들이 이름이 줄줄이 나온 것이 홍보팀의 눈에 번쩍 띄었을 것이다.
 

먼저 연합뉴스의 보도를 보자.


10대 재벌총수 징역형 23년에 실형은 `제로'(종합)
모두 집행유예…형 확정후 9개월만에 사면받아

(서울=연합뉴스) 이 율 강종훈 기자 = 10대 재벌 총수들은 1990년 이후 모두 2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집행유예로 인해 전혀 실형을 살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형이 확정된 지 평균 9개월 만에 사면받았다.

14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자산기준 10대 재벌 총수 가운데 7명이 총 22년6개월의 징역형 판결을 받았으나 모두 집행 유예에 해당됐다. 따라서 실형은 없었다.

지난해 전체 형사사건의 집행유예 비율은 25%에 머물렀다.

게다가 재벌총수들은 집행유예된 처벌마저도 예외 없이 사면받았다. 사면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285일로, 9개월에 불과했다.

재벌총수들은 횡령 및 배임이 5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비자금 조성, 부당 내부거래, 외환관리법 위반, 폭력행위 등이 뒤를 이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1996년 8월에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을 받았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배임ㆍ조세포탈이 드러나면서 2009년 8월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 회장은 각각 402일, 139일만에 사면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는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하고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08년 6월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그리고 73일만에 사면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조5천억원대의 SK글로벌 분식회계로 2008년 5월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78일만에 사면을 받았다.

LG그룹 구본무 회장과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각각 조사를 받았으나 징역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적은 없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00년 6월에 횡령 및 배임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김승연 한화회장은 1994년 1월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2007년 9월 폭력행위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을 받았다.

두산그룹 박용성 전 회장과 박용만 회장은 횡령 등으로 2006년 7월에 각각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가 모두 사면됐다.

자산순위 10위권 밖의 재벌총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1996년 8월 노태우 비자금사건으로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2009년 배임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에게도 1996년 8월 노태우 비자금사건으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의 유죄판결이 내려졌지만 사면됐다.

서울인베스트 박윤배 대표는 "아무리 재벌개혁을 위한 제도가 잘 돼 있다고 하더라도 제도를 위반했을 때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면 소용없다. 제대로 처벌하면 재벌의 폐해가 크게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벌총수들에 대한 검찰조사와 법원공판은 이어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내달 2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수천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징역 9년에, 벌금 1천500억원을 구형받고 오는 23일 1심 선고를 앞뒀다.


단도직입적인 글쓰기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그룹 홍보팀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위대한(?), 절대 충성할 수밖에 없는(?) 총수의 이름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총수의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은 그룹 홍보팀에게는 절체절명의 숙제이다. 심지어 좋은 일로 기사가 나오더라도 총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반기지 않는 곳이 그룹이다. 그런 마당에 하물며 범죄 기사에?
 

온갖 비리와 범죄와 관련된 기사였으니 오죽했겠는가. 그룹 홍보팀으로서는 무조건 삭제하고 봐야 한다.
 

연합뉴스가 먼저 보도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연합뉴스는 타사 언론사에 기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대부분 기사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대로 받아쓰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연합뉴스에도 밝혔듯이 현재 상황에서도 시의적절한 기사로 평가된다.
 

그룹 홍보팀원들은 먼저 그룹 출입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했을 것이다.

우선 그룹 홍보팀은 연합뉴스 기사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면서 설득하기 시작한다. 가령 “연합기사는 이미 다 나온 내용이고, 뭐 새로운 것도 없는데, 받아쓸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그들 나름대로의 논리와 기사판단으로.

그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사가 나갔을 때는 “정 그렇다면 우리 회장님 이름만이라도 좀 빼달라”고 간곡한(?) 부탁을 한다. 그런데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출입기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달려가고, 편집국을 방문해 읍소하기도 한다. 


이미 그런 징후가 보인다. 많은 매체들이 총수들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지만 몇몇 매체들은 총수들의 이름이 쏙 빠져 있다. 아래는 국내 한 경제지가 연합뉴스의 보도를 인용해 기사화한 것이다. 그런데 그룹 총수의 이름은 한 군데도 보이지 않는다. 23년의 징역형을 받았다고 하는데, 누가 형량을 얼마만큼 받았는지가 없으니 '앙꼬 없는 뉴스'가 돼 버린 것이다. ‘받아쓰지’ 않는 것만 못하지 않을까.


10대 재벌총수 징역형 23년 선고…실형 '전무'

10대 재벌 총수들이 1990년 이후 모두 2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집행유예로 전혀 실형을 살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자산기준 10대 재벌 총수 가운데 7명이 22년6개월의 징역형 판결을 받았지만 모두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또 재벌총수들은 집행유예된 처벌마저도 모두 사면받았고, 사면받기까지 걸린 시간도 9개월에 불과했다.


내일 오프라인 신문들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물론 기사가치 판단은 기자와 데스크, 그리고 편집방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늘 10대 그룹 홍보팀원들의 수고(?)가 먹혀 들었을까. 내일 일어나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룹 홍보팀원들! 총수 이름 빼느라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잠자리의 휴식같은(?) 저녁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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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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