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6.23 할머니의 양쪽

할머니의 양쪽

600 小說 2011.06.23 10:20

비가 온다. 지하철역은 붐빈다. 비가 철철 새는 우산이 많다. 부딪히는 어깨는 또 얼마나 자준지. 5호선 공덕역에서 6호선 공덕역을 갈아타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 방화역 쪽으로 5호선 맨 앞 칸에 타고 지하철이 멈추면 일단 뛴다. 경험상 5호선이 도착할 때쯤 6호선이 플랫폼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계단을 바삐 올라간다. 한 할머니가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허리는 90도로 구부려졌고, 알록달록 몸빼 바지를 입었다. 머리카락은 하얗다. 양쪽 손에 큼지막한 하얀 봉지를 들었다. 하얀 봉지에 무엇이 들었는지 할머니는 계단 위로 끌어올리지도 못한다. 6호선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가 울린다.

할머니 곁으로 다가간다. 할머니 곁에 거의 다다랐을 때쯤 앞서 가던 한 남자와 여자가 할머니의 양쪽 봉지를 들어준다. 60대로 보이는 남자와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할머니는 반복적으로 "아이쿠! 고맙구려!"라며 뒤를 따른다. 두 사람의 도움으로 할머니는 6호선 플랫폼에 안전하게 올랐다. 하얀 봉지 안에는 읽다 만 무가지가 수북했다. 빈자리에 앉은 할머니는 그제야 커다란 한 숨을 내쉬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정종오 정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