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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분노

600 小說 2011.07.18 09:22

대학생 시절, 그는 분노의 덩어리였다. 대리출석을 부탁해 놓고 그가 한 일이라고는 막걸리 마시는 일이었다. 대학 교정을 가로막는 철조망 밑이 그의 통로였다. 개구멍은 그의 해방구,고개 숙이고, 허리 구부리고, 두 손바닥 땅 짚고 쑤욱 몸 들이밀면 개구멍은 개구멍이 아니었다. 그 구멍은 세상을 향한 분노의 덩어리, 이글거리는 분노의 철조망. 그의 뒤를 따라 개구멍에서 친구 두 명이 푸른 피를 내뿜으며 출산된다. 경계를 넘는다. 막걸리와 파전, 할아버지와 할머니, 낯선 사람과 사람, 푸른 산을 향해 고개 숙인다. 이미 취해있는 할아버지. 그를 보고 가만 두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말만이 살아 숨쉬는 재료였다.
“젊은 것들이 대낮부터 술이나 처먹고......나라 꼴 잘돼 간다!”
맑은 하늘 사이로, 솔잎가지 쏟아지고, 햇살에 눈을 뜨지 못한다. 시리다 할아버지의 ‘나라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노의 무리들. 막걸리 잔 부딪치며 ‘나라꼴’ 걱정한다. 분노가 전부였고, 분노의 시대였고, 분노가 술이었으며, 분노가 안주였다. 다시 분노의 강 건너 개구멍으로 교내에 들어서면 벌건 얼굴 서로 보며 분노한다. 지는 석양이 얼굴 가득 스며든다. 수업은 이미 끝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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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