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가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발적 가난'은 부러움과 현실 불가능의 경계점에 있다. 21세기 들어 이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직접 실천에 나서는 사람도 많다. 지리산으로, 혹은 산골로 숨어들며(?) 현대 문명과 사회적 지위를 버리고 자연으로 들어간다.

현대인들은 '자발적 가난'이란 단어 앞에 멈칫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는 '부러움'과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자괴감'이 동시에 밀려오기 때문이다. '부러움'과 '자괴감'의 갈등 속에서 어느 것 하나 결정하지 못하고 생을 마치는 사람이 많다.

21세기 새로운 눈의 탄생

현대 과학문명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성장과 분배'라는 잣대를 들고 옥신각신하는 것도 어쩌면 현대 과학문명이 벌여놓은 결과물일지 모른다.

한국 사회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성장과 분배의 갈등 속에서 골이 깊어가고 있다. 이런 이분법적 사고를 강요하고 있는 자본주의 성장에는 과학문명의 발전이 그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제3의 눈-시선의 변화와 문명의 대전환>이란 책은 21세기 '새로운 눈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현재의 과학혁명을 '시선의 변화' 나아가 '새로운 눈의 탄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선의 변화'는 관점의 변화가 아닌 '세상을 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자본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종합적, 입체적으로 판단하는 '크로스오버적 시각'을 주문한다.

김제동의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서 정재승 과학자 인터뷰가 있다. 정 교수는 과학이 가지는 기본적 속성을 말하면서 이제 시각을 바꿀 때라고 강조한다.

"과학기술은 인간적 가치를 높이는 기술,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에 기여해야 한다. 질주하는 과학을 멈출 수 없으니까, 질주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평면시에서 입체시로, 문명을 만든 시선

5만5천 년 전 원숭이 조상 카르폴레스테스의 눈은 얼굴 옆면에 위치해 있었다. 이 눈은 몸의 뒤쪽까지 볼 정도로 넓은 지역을 감시해 포식자들을 피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거리 감각이 없는 2차원적 '평면시(平面視)'였다.

이후 500만 년이 흐르자 원숭이 조상의 눈 위치에 변화가 생긴다. 두 눈이 얼굴 앞면으로 모아진 이 원숭이 조상의 이름은 쇼쇼니우스로, 눈이 감지하는 전체 시계(視界)는 좁아진 반면 거리와 입체 감각이 두드러지게 진화한 '입체시’(立體視)'를 갖게 된다.

이로부터 세상은 존재감을 갖는 '있음'으로 이뤄지게 됐다. 3천300만 년 전 지구에 한랭화가 불어 닥쳤을 때 등장한 카토피테쿠스라는 원숭이는 줄어든 먹이를 더 잘 찾기 위해 빛을 느끼는 시세포 수를 늘린다. 이에 따라 '중심와(中心窩, 망막중의 뒤쪽의 빛이 들어와서 초점을 맺는 부위))'와 안구 방이 만들어지면서 영장류의 시선은 비로소 안정된 영상을 얻게 됐다.

안정된 영상을 볼 수 있는 시선이 만들어지면서 인간은 '있음↔없음' '확실성↔불확실성' '나↔너' '물체↔정신' 등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제3의 시선>은 분석하고 있다.

안정된 시선과 이분법적 세계는 인간으로 하여금 끝없는 과학문명에 대한 집착을 강화했다. 과학문명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했고 무분별한 약탈과 제국주의 침탈, 물질만능주의 조차 정당화됐다.

그러나 이제 인간은 질주하던 과학으로 인한 부작용 앞에 놓여 있다. 지구는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라는 신호로 끊임없이 인간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고, 이런 부작용은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제 3의 눈…>은 시선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눈에 맺히는 있음과 눈에 맺히지 않는 없음의 존재를 통틀어 사고하는 자세. 물리학과 동양사상, 과학과 종교를 아우르면서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자각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은이 김용호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지금까지 <신화, 이야기를 시작하다> <세계화 시대의 공력 쌓기> <네 안의 가능성을 찾아라> <나를 찾기 위해 인도에 왔다> 등의 책을 출간했다.

책 속 저자의 말이 하나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자기 안에 있는 특수성과 보편성을 결합해 낼 때 한국 문화가 새로운 문명의 창조에 기여할 바는 적지 않을 것이다."

장르: 인문/사회
저자: 김용호
출판사: 돌베개
가격: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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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 사람을 만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세상이 복잡하다. 서로의 생각이 소통되기에 한계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

이른바 '토크 콘서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과 비교해 정보는 넘친다. 서로 교류하는 사례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 이 시대, 동시대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소통하고 있을까.

김제동의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다"

한국사에서 가장 극복하기 힘든 게 있다면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일 것이다. 이것은 책이나 이념으로 경험한 게 아니다. 직접 행동으로 체득했기에 한 쪽 편에 선 사람들은 다른 쪽 편을 이해하는 것을 강하게 거부한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에 이르기까지 장편 역사 소설을 쓴 조정래 선생의 말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

"내가 문학을 통해 가장 강력하게 하고 싶었던 말은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 그걸 인정하고 시작하자는 것이지요."

그랬다. 반공이 남한이념의 기조였을 때 이른바 '빨갱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뿔이 달렸고 엉덩이는 빨갛고, 사람의 형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조정래 선생은 자신의 역사 소설을 통해 딱 한 가지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김용택 시인도 한반도의 이념 대립에 진저리를 쳤다.

김 시인은 인터뷰를 통해 "낡아빠진 틀을 가지고 싸움질 하고 이념이니, 좌우니 이러고 있는 모습이 넌더리가 난다."며 "아직도 획일화된 이분법적 가치판단을 요구하고 우리 편 아니면 완전히 말살하겠다는 것,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라고 지적했다.

아마도 남한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휴전선을 넘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던 날, 한반도의 많은 사람들이 '북한 사람도 사람이구나'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그런 역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반도에서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고 있다. 6·25를 경험한 세대들에게는 아직도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갈등의 골이 깊은 것이 사실이다.

"용이 아니라 송사리 같은 존재도 필요하다"

프랑스 사회학자들이 교육을 통해 계층 간 이동이 가능할 것인지를 두고 연구를 한 적이 있다. 결론은 교육을 통해 계층 간 이동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즉 변호사의 아들은 변호사가 되고, 노동자의 아들은 노동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개천에서 용나다'는 말은 전설이 돼 버렸다. 이런 사회를 두고 동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젠 서울시장이 됐지만 희망제작소를 운영해 왔던 박원순 변호사는 김제동과 인터뷰를 통해 "개천에서 용 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송사리로 남아 개천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되묻는다.

용도 필요할 것이다. 어차피 민주주의에서는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용의 존재도 필요하다. 그러나 모두 용이 되려고 한다면? 세상은 뜻하지 않는 불협화음에 처하지 않을까.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를 통해 박원순 변호사는 '공동체 시스템'을 강조했다. 송사리로 남아 곁에 있는 다른 송사리와 함께 자신의 지역에서, 혹은 소공동체를 통해 아름다운 자신의 터전을 가꾸는 일! 그것이 아름다운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과학자 정재승 교수도 세상을 살아가는 가치관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정 교수는 "(과학은)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기여하는 학문"이라며 "과학이 권력과 돈에 종속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질주하는 과학을 멈출 수는 없으니까 질주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권력과 돈에 종속되지 않고 과학이 인간적 가치를 높이는 학문으로 발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내가 있는 이곳이 아름답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는 정치인과 작가는 물론, 연예인과 일반인까지 그 인터뷰 대상이 넓다.

그 중 눈길을 끄는 인터뷰 대상자 중에 연예인 고현정과 제주 해녀 고미자, 그리고 산악인 엄홍길 씨 등이다.

고현정은 보이는 것과 달리 소탈하고 푼수기에, 직설적인 말투의 인물로 그려져 관심을 모았다.

고현정은 인터뷰를 통해 "연예인은 무대에 선 광대고 객석에 앉은 대중은 귀족이지. 우린 돈과 시간을 투자한 관객들을 어루만지고 즐거움을 줘서 보내야 하는 거야."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산악인 엄홍길은 최근 안나푸르나를 등반하다 사고를 당한 박영석 대장을 생각나게 한다. 엄 대장도 첫 등반에서 자신의 동료를 잃은 경험이 있다. 엄 대장은 "절벽을 한참 내려오는데 바위틈에 신발도 벗겨져 있고… 흔적은 많은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비참하고 차라리 내가 죽었더라면 하는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엄 산악인은 "거대한 산 앞에 서고야 대자연 앞에 인간은 정말 보잘 것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제주해녀 고미자 씨의 인터뷰는 솔직담백하다. 수십 년 동안 '물질'을 해 온 그녀에게는 생활에서 느껴지는 진솔함이 묻어있다.

고미자 씨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과 관련해 "평생 일해 왔는데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일도 못할 테고 바다도 오염될 테고 저 바다 좀 봐요. 얼마나 예뻐요. 제발 어머니 같은 바다를 그대로 둘 순 없나요?"라고 말한다.

그녀가 가리키는 그곳에는 '어머니 같은' 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었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들을 통해 시대정신을 느끼게 해 준다.

장르: 시/에세이/기행
저자: 김제동
출판사: 위즈덤경향
가격: 9천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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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