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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09 사랑하는 딸에게…'보다 나은 공동체'를 위해

사랑하는 딸에게…

 

요즈음 많이 힘들지? 올해부터 토요일 학교를 가지 않다 보니 수업일수를 맞추기 위해 학교에서는 월~금요일 7교시, 8교시까지 수업을 진행하니, 힘들 수밖에. 중학교 2학년에 불과한 네가 벌써 힘든 일상에 빠져드는 것을 보는 아빠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아.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구나.

 

어제 아빠와 공부를 끝내고서 너는 “와! 이번 주 수요일은 논다!”라고 신나게 말을 했지? 이번 수요일은 너에게는 ‘노는 날’에 더 많은 관심이 있을 거야. 힘든 일상 속에서 그 하루,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니, 너에게는 정말 기분 좋은 날이겠지.

 

하지만 ‘노는 날’보다 더 중요한 일이 이번 주 수요일에 있단다.

 

사랑하는 딸!

 

 

 

이 세상은 복잡하게 얽혀 있단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누군가 잘못을 하게 되면 모든 일이 잘못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좋은 일을 해도 작은 나의 잘못으로 그 모든 성과물이 헛된 것으로 돼 버리기도 하지.

 

언젠가 네가 말한 적이 있지? 학교에서 청소를 하는데 쓰레기 분리수거를 맡았던 애들이 잘못해서 단체 기합을 받은 적이 있다고. 그렇단다. 세상은, 특히 공동체라는 것은 하나의 잘못으로 모든 사람이 벌을 받거나 혹은 여러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순간을 맞을 때가 많아.

 

사랑하는 딸!

 

이번 주 수요일은 그런 것을 선택하는 날이란다. 공동체를 만드는 데 있어, 모든 주민들이 참여하는 ‘총선’이 있는 날이지. 총선은 각 지역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주민을 대리하는 대표를 뽑는 날이란다. 네가 ‘와! 노는 날’이라는 관심만큼 아빠에게는 보다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누구를 우리의 대표로 뽑아야 할지를 선택하는 날이지.

 

잘못 뽑았다가는 네가 단체기합을 받은 것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이 ‘단체 기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표를 뽑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일이지.

 

매년 선거 때마다 아빠가 말을 했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너무나 보수 색깔이 강해 아빠가 투표하는 사람은 언제나 떨어졌다고. 하지만 아빠는 아직 한 번도 투표를 안 해 본 적이 없어? 왜일까?

 

사랑하는 딸!

 

아빠는 앞으로 펼쳐질 ‘우리 딸의 공동체’가 조금씩 변화하고, 지금보다 더 좋은 공동체가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투표를 한단다. 그래서 아빠에게는 이번 주 수요일이 ‘노는 날’이라기보다는 ‘우리 딸이 어른이 됐을 때 지금보다 더 나은 공동체’가 만들어져 있기를 기대하면서 투표장으로 가는 날로 생각하고 있단다.

 

언젠가-네가 초등학교 다닐 때였지 아마도-아빠에게 “아빠! 우리 이제 무상급식한데”라며 좋아했던 기억이 있는데, 너도 잊지 않았지? 그때 아빠가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경기도 교육감이 투표를 통해 당선되면서 이렇게 변한 것이라고 설명해 줬잖아. 그게 국민이 투표를 통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천이고, 이 작은 실천들이 모여 모여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큰 힘이 된다고.

 

사랑하는 딸!

 

이번 수요일에 투표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단다. 힘들어 하는 너를 볼 때마다 아빠는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꼭 이렇게 밖에 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단다. 

 

왜일까?

 

딸에게 너무 부끄러운 아빠여서 그렇단다. 아직도 세상은 ‘남을 등치는 자’와 ‘재물로 권력을 사는 자’와 ‘머릿속에 든 것도 없으면서 이미지로만 정치하는 자’와 ‘권력을 잡은 뒤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자’들이 득실거리고 있어. 이 모든 것이 아빠와 같은 사람들이 이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제대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지.

 

그럼 이번에 투표를 하면 바뀔까?

 

아빠는 이번 투표만으로 세상이 확 바뀌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세상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고 있단다. 작은 실천이 뭉치고, 또 뭉치면 세상은 바뀌기 마련이고, 네가 나중에 너의 딸에게 이런 편지를 쓸 때쯤엔 “지금 이 세상이 만들어진 것은 우리 아빠와 같은 사람들의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 것이란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구나.

 

‘노는 날’을 반기는 사랑하는 딸에게 이번 주 수요일이 ‘노는 날’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구나.

 

2012년 4월9일

따뜻한 봄 햇살이 좋은 날에...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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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