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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09 17세는 어떤 나이일까

17세는 어떤 나이일까.

17세를 지나쳐 온 사람들에겐 어떤 나이였을까.

이근미의 <17세>는 나이에 주목한다. 17세에 집을 나가버린(가출) 딸에게 엄마가 당신의 17세때 경험을 들려준다. 17세를 지금 살고 있는 딸에게 17세때 '나는 이렇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다.

'가출했던 엄마(무경)'가 '가출한 딸(다혜)'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엄마의 17세는 1970년대 중반때였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할 나이. 이른바 '우수반'에 늘 포함됐던 '17세의 엄마'는 자존심이 강했다. 명문여고에 진학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그러나 여의치 않다.

1970년은 아들에게는 공부, 딸에게는 희생을 강요했던 시절 아니던가. 중학교만 졸업하면 공장으로, 도시로 돈 벌이에 나서야했던 여자들의 시대였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우수반'에 항상 포진했다 하더라도 명문여고에 진학하기란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때, '17세의 엄마'는 가출을 한다. 무작정 길을 나섰고 낯선 도시에서 홀로 계단에 아픈 다리를 부리며 멀뚱멀뚱 세상을 쳐다본다. 지금 자신의 딸이 가출한 17세 나이에.

'17세의 엄마'는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에 취직한다. 필기시험 1등으로 들어간 공장에서 '17세의 엄마'는 사회인으로서 나선다. 학생이어야 할 '17세의 엄마'가 갑자기 사회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17세의 엄마'는 가출한 '17세의 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e메일로 보낸다. 공장에서 있었던 일이며, 당시에 느꼈던 감정...슬픔, 사랑, 고독 등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 다행히 딸은 '17세의 엄마'가 보내오는 e메일을 읽어보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17세는 통과의례의 한 과정이다.

사람은 태어나게 되면 모두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통과의례'를 겪게 된다. 백일을 맞고, 돌을 지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그때마다 주변의 사람들은 축복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통과의례이다. 누구든 형식과 절차만 다를 뿐 이런 통과의례는 거치기 마련이다.

<17세>에서 등장하는 책이 두권 있다. 발자크의 <골짜기의 백합>과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다. 1970년 '17세의 엄마'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랑에 대한 갈망...더 높이 날아 더 멀리 보고 싶은 욕망...그러나 현실 앞에서 무너지고, 쓰러지고, 짓밟히는 나약한 존재.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강이 있다고 하자. 이쪽에 선 당신은 저쪽으로 건너가야 한다. 방법은 많이 있다. 배를 타고 가든지, 헤엄쳐 가든지, 며칠이 걸려 에둘러 가든지...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는 순간, 당신의 상황은 달라진다. 시간이 흘러가는 이상, 우리의 통과의례는 멈출 수가 없다. 아니 멈춰지지 않는다. 어떻게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갈 때 잘 넘어가느냐가 관건이다.

우리는 수없이 이쪽과 저쪽의 경계에 서 있는 자신을 혹은 타인을 보게 된다. 무사히 힘들이지 않고 건너는 사람, 헤엄쳐 건너다 급류에 휩쓸리는 사람, 심지어 건너지 못하고 중간에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 에둘러 건너다 끝내 시간을 놓쳐 버리는 사람...

17세의 나이는 꿈 많은 시기이다. 그 꿈을 꾸게 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17세를 건너온' 사람들의 몫이지 않을까. 17세의 강을 건너왔기에, 이제 건너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력자가 돼야 한다.

2011년의 17세에게 '17세를 건너온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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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