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수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60대 한 젊은이(?)가 아주 오래간만에 지하철을 탔다. 낯선 풍경에 놀랐다고 한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열심히 두드리거나,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는 풍경. 흘러가는 풍경에는 전혀 관심이 없더라는 것.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더라는 것. 그러면서 지하철에 앉아 있는 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덜덜 떨고 있더라는 것. 불안한 모습이 느껴지더라는 것.

이런 낯설고 불안한 모습은 지하철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갈수록 빠르게 변했고 그 변화 속에서 ‘어중간한’ 40대는 갈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대한민국 40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은 즐겁지만 않다. 이의수(남성사회문화연구소 소장)의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는 한국 40대의 일기를 보여준다.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을 그들! 그들은 지금 이 나라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까.


‘대리 인생’ 대한민국 40대


간만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 옛 추억에 잠기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우울한 이야기뿐이다. 동창회 명부를 들추면 두 가지 이야기뿐이다. 어떤 동창은 ‘행운을 타고 나’ 요즈음 잘 나간다는 소식, 그렇지 않으면 이미 삶의 끈을 놓고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나버린 동창들. 두 가지 이야기 모두 살아있는 40대인 ‘나에게’는 우울한 감정만 던져준다.


대한민국 40대는 ‘나’라는 정체성을 잃어가는 세대라고 이의수 저자는 말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아내와 아이의 보호자나 혹은 방관자로, 직장에서는 애매한 위치의 중간 관리자로, 사회에서는 누구에게도 각인 받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그래서 40대는 ‘가정과 직장과 사회’에서 ‘나’를 잃어버린 채 누군가의 ‘대리 인생’을 살고 있다는 감정에 휩싸여 있다고 강조한다.


‘나’를 잃어버린 채 ‘대리 인생’을 살고 있다 보니 정작 본인은 아플 수도 없다는 것. 아프게 되면 내가 대리하고 있는 모든 존재가 고통스러워진다는 의무감이 높기 때문. 그래서 40대는 일요일인데도 구두끈을 매고 일터로 나가고, 아이가 집에서 과외 하는 저녁이면 할 일 없이 직장에서 늦게까지 책상을 지킨다. 자신만을 위한 ‘쉼 여행’은 접어둔다.


‘나’라는 정체성 찾자


40대를 짓누르고 있는 대상으로 저자는 크게 세 가지에 주목한다.


첫째 직장과 일로 빚어지는 우울함이다. 빨라진 은퇴와 그에 비례해 길어진 수명, 그리고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는 적자생존의 직장문화. 이 때문에 ‘어중간한’ 40대는 극도로 불안감에 젖어들고 있다는 것.


둘째 아내와 자녀 등 가족이다. 가족만을 생각하면서 달려왔지만 정작 가족들은 그런 40대 아버지에 대해 무관심하다. 돈을 벌어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지만 정작 ‘내’가 우울하고 고민에 빠져 있을 때 가족은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셋째 돈이다. 10년 넘게 일해 조그마한 집을 마련했지만 ‘하우스 푸어’라는 타이틀만 허울 좋게 남아 있다. 대출받아 산 집은 ‘은행에 저당 잡힌 인생’을 말해주고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 자리에 맴돌고, 수명이 길어지는 시대에 미래는 암담하다.


저자는 우울한,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의 일기를 적어 가면서 조언한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 ‘나’를 찾아야 한다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결코 포기하거나 멈출 수 없다. 반의 인생을 살아버린 것이 아니라 아직도 반 이상이나 남은, 삶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꿈이 있다. 내가 써 가야 할 인생의 아름다운 스토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장르 : 에세이
저자 : 이의수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한경BP
가격 :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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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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