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보도블록이 톡 튀어 나와 있었던 것을 그는 보지 못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강남역 지하차도에서 벗어나자마자 튀어나온 블록에 발이 걸렸고 두 팔과 발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는 꼬꾸라졌다. 넘어지는 순간 그는 주변을 먼저 살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한 꼬마가 곁에 있던 할머니에게 물었다. 아이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유치원에 가는 모양새였다.

“할머니! 저렇게 멋있는 아저씨도 넘어지네?”

그는 남색 양복을 잘 차려입었고 금방 닦았는지 구두도 반질잔빌 윤이 났다. 꼬마의 물음에 할머니는 긴 말을 이어갔다.

“아이든 어른이든, 잘 입었든 아니든, 남자든 여자든, 돈이 많든 적든, 두 팔을 휘저으며 걷든 주머니에 찔러 넣고 걷든, 큰 자동차를 타고 가든 작은 자동차를 타고 가든, 구두를 신었든 슬리퍼를 신었든, 양복을 입었든 추리닝을 입었든, 뛰어가든 천천히 걸어가든, 학교에 가든 회사에 가든, 자기가 잘 났다고 생각하든 그렇지 않든, 사장이든 회사원이든, 집이 있든 없든…넘어지기는 매 마찬가지란다.”

아이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누군가의 손을 이렇게 꼭 잡고 있어야 한단다.”

※안드로이드마켓에서 '600 소설'을 검색해 보세요. 지금까지 쓴 '600자 소설'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정종오 정종오


티스토리 툴바